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15. 노인의 인권
우리가 몰랐던 인권이야기 15. 노인의 인권
  • 단대신문
  • 승인 2017.05.23 10:28
  • 호수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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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morethanthecurve.com

소설 『위대한 개츠비』의 주인공 ‘닉 캐러웨이’는 고향인 미국 서부를 떠나 뉴욕으로 떠나기 전 아버지의 충고를 떠올립니다. “누군가를 비판하고자 할 때 이것을 명심해. 세상사람 모두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야”라고 아버지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아들에게 조언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나 당연시 누리는 것들이 누군가 절실히 원해도 가질 수 없고, 또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요. 

필자는 이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요즘 자주 떠올립니다. 특히나 지하철을 탈 때면 승객이 미처 다 내리기도 전에 사람들을 밀치며 타는 분들. 옆자리에 다른 사람이 있든 없든 상관없이 큰 소리로 통화하는 분들을 볼 때 그렇습니다. 대부분 연세가 있으신 분들인 경우를 자주 봅니다. ‘아니 할 일도 없는 분 같은 데 왜 이 시간에 지하철을 타는 거야? 저 나이 되도록 기본적인 대중교통 질서도 모르시나?’ 라는 생각이 마음속에 불쑥 떠오를 때면 개츠비의 장면을 생각합니다. ‘저분들 중에는 학교에 다니고 싶어도 다니지 못했던 분들이 많을 거야.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누구도 말해 주지 않았을 거야’ 라고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던 게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지하철뿐 아니라 운전을 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합니다. 요즘 어느 동네를 가든지 거리에서 폐지를 줍고 있는 노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손수레에 한가득 폐지와 고물을 켜켜이 쌓아놓고, 잘 펴지지 않는 허리로 리어카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왜 폐지를 주우시는지 한번도 물어본 적은 없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노인들이 왜 폐지를 줍고 있는지 생각해 보신 적 있나요? 폐지를 수거하는 노인 중 상당수는 정부가 제공하는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온종일 폐지와 빈 병을 모아도 5,000원을 벌기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게라도 해야 겨우 하루 한 끼의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이죠. 

노인빈곤율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노인빈곤율이란 65세 이상 노인가구 중 소득이 중위 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가구의 비율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49%로, 이는 OECD 평균 12.4%보다도 4배가량 높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입니다. 급격한 ‘고령화’ 속도보다 노인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노인복지 정책은 아직도 미비한 실정입니다. 또 문제는 노인 인구가 늘면서 가계는 물론 국가차원에서도 비용부담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 연금보험, 장기요양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부담은 느는 데 반해 경제활동인구가 감소하니 젊은 세대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만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시니어패스’를 제공하고, 소득이 없거나 적은 분들 위해 기초노령연금을 제공하는 등 여러 가지 노인복지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지난 대선 기간 중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돈’만으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린 이미 경험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부, 특히 젊은 근로자들 중에 노인을 마치 불필요한 짐 마냥 생각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초연금액을 늘리고, 자격기준을 완화해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늘린다고 해서 노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어쩌면 노년층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도 평등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 같습니다. 편견을 바꾸는 것은 작은 일부터 실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로 우대용 교통카드를 발급하는 곳에 ‘노인의 인권’을 설명하는 문구를 적어 놓으면 어떨까요? 차별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고 시니어패스를 사용할 수 있게 말이죠. 또 단지 노인 일자리 수를 늘리고, 노인복지관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노인 인권에 대한 다양한 교육커리큘럼을 함께 제공하는 일도 중요할 것입니다. 작은 실천이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오규욱 인권칼럼니스트 
kyuwook.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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