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지하철 여행 22. 경강선(세종대왕릉역, 여주역)

오롯이 당신만을 위한 친구같은 여행 이정숙l승인2017.05.30l수정2017.08.29 16:51l1428호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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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녕릉의 전경

오고가는 인파 속에 몸을 싣고 있자면, 문득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불어나는 과제에 치여, 사람들에 치여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면 오늘만은 평소에 가보던 곳이 아닌 다른 곳을 찾는 것은 어떨까. 바쁜 일상 속에서 ‘쉼표’를 찾고 싶은 청춘들에게, 경강선 나들이를 조심스레 권해 본다.

분당선의 이매역을 거쳐 여주로 이어지는 경강선. 세종대왕릉역에서 발길을 잠시 멈춰 도착한 곳은 ‘영녕릉’. 세종대왕의 업적을 전시해 놓은 세종전을 지나 훈민문에 들어서면 눈앞에 시간이 선사한 아름다운 전경이 펼쳐진다. 한적한 공간을 가득 채우는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가 마음을 울린다.

영녕릉은 조선시대 왕릉 중에서는 최초로 왕릉과 왕비릉을 합장한 릉이다. 눈앞에 놓인 쌍릉의 엄숙함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백성을 따뜻함으로 어루만져줬던 세종. 그의 생애가 담긴 영녕릉의 아름다움을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다. 현존하는 조선왕릉 중에서도 원래의 형태가 잘 보존돼 있는 영녕릉 주변을 거닐며 조선의 시간을 만끽해본다.

▲ 신륵사 극락보전

다음으로 향한 곳은 여주역의 신륵사. 신라시대에 창건된 신륵사는 CNN이 꼽은 ‘꼭 가봐야 할 한국의 여행지 50’에 선정된 사찰이라고 하니 기대가 더욱 크다. 발밑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과 키가 작은 꽃나무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아름다운 풍경과 귓가를 스치는 바람소리에 잠시나마 고된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본다. 신륵사의 청아함을 담은 나옹선사의 「청산은 나를 보고」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오후였다.

▲ 강월헌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

창공을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나옹선사, 「청산은 나를 보고」

남한강변에 자리 잡은 신륵사에 가만히 서있자면, 오랜 시간 남한강을 오고가던 뱃사람의 사연이 들리는 듯하다. 제 나름의 사연을 안고 신륵사에 머물렀을 그들의 과거는 오늘까지도 이어진다.

우리의 수많은 오늘은 어제가 되고, 내일은 끊임없이 오늘이 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오늘. 누구보다도 바쁘고 치열하게 살았던 그대를 어쩌면 소담스럽지만 단단한 역사가 위로해줄 수 있을지 모른다. 한 여름 밤의 꿈만 같았던 여주로의 여행. 홀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만 있다면 넉넉한 여유와 마음의 평온, 두 마리 토끼는 오로지 당신의 것이다.


이정숙  silentle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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