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길
  • 김지훈(문예창작) 교수
  • 승인 2018.03.20 23:02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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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회 곳곳에서 ‘펜스룰(Pence Rule)’에 대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펜스룰은 미국의 부통령 마이크 펜스(Mike Pence)가 연방 하원의원이던 2002년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는 발언에서 비롯되었다.
 

그의 발언 이전에도 미국의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목사가 그와 같은 맥락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다시 말해 ‘펜스룰’의 시초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남성들은 부인이 아닌 다른 여성과 단둘이 있을 때 성적인 유혹에 취약해진다고 생각했으며,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애초에 다른 여성과 단둘이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실제로 그는 일생동안 자신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키며 살았다. 그것은 종교적인 신념이 밑바탕이 되었고 자기성찰과 자기수양의 의의와 가치가 함의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펜스룰’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힘든 실정이다. 남성들이 여성들을 애시당초 모든 자리에서 배제시키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직시할 것은 펜스룰이 문제 해결책의 최선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미투 등의 사회운동에서 남녀 간의 문제가 가장 큰 이슈라는 점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그것의 궁극적인 지향점이 남녀 이분법의 문제를 가로질러 ‘각 개인의 존엄성 문제에서 평등’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현상의 외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 자연을 정복한 인간세계에는 지배하는 자와 지배를 당하는 자, 즉 계층과 계급이 발생하게 되었다.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부르짖는 사회운동과 혁명 속에서도 계층 간의 갈등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러한 시점에 중요한 것은 잘잘못을 가리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즉,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이 필요하다. 가까이 일상에서 또 교과서에 실린 의사 선생님, 소방관 아저씨, 간호사 언니 등의 호칭 차별 또한 문제가 있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일까? 사회를 작동하는 시스템과 패러다임의 변화는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과 실천에서 비롯된다.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우리가 고려해야할 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데 그치지 않고 의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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