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 헨리 조지『진보와 빈곤』
경제학 - 헨리 조지『진보와 빈곤』
  • 이병찬 기자
  • 승인 2018.03.27 17:41
  • 호수 14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습되는 불평등의 연결고리를 끊어내다

<이 도서는 김태연(환경자원경제) 교수의 추천 도서입니다.>

 

저 자 헨리 조지

책이름 진보와 빈곤

출판사 비봉출판사

출판일 1997.01.15

페이지 p.592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국민이라면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몇 년 주기로 찾아오는 부동산 투기 광풍으로 인한, 땅 없고 집 없는 서민의 고통은 형언할 수 없을 지경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땅을 가진 자는 항상 자본을 움켜쥐고, 땅을 갖지 못한 자는 땅을 가진 자 밑에서 땅을 빌려 겨우 삶을 연명했다. 시간이 지나도 토지 세습으로 인한 불평등 관계는 좀처럼 뒤집히지 않았다. 과거 지주와 소작농 관계는 오늘날 건물주와 세입자 관계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본질적인 불평등은 수천 년이 지난 과거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미국 사회가 전례 없는 호황기를 맞았던 1850년대, 신문기자로서 미국 사회의 구석구석을 바라보던 저자는 깊은 고민에 잠긴다. 빠르게 사회가 진보하고 문명은 점점 발전하는데, 어째서 가난한 사람은 여전히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 하는 모순 때문이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그는 이 고질적인 불평등의 원인을 ‘토지의 독과점’과 ‘불공정한 불로소득’에서 찾았고, 다른 조세를 면제해주는 대신 지대를 조세로 받는 ‘지대조세제’ 도입을 피력하며 이렇게 말한다.

 

 

“현대 문명을 저주하고 위협하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의 원인은 토지 사유제에 있다. 토지 사유제는 맷돌의 아랫돌이고, 물질적 진보는 맷돌의 윗돌이다. 노동계층은 점점 늘어나는 압력을 받으며 맷돌 한가운데서 갈려 나가고 있다. 악을 제거하는 방법은 단 하나, 곧 원인을 제거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빈곤을 타파하고 임금이 정의가 요구하는 수준 즉 노동자가 벌어들이는 전부가 되도록 하려면 토지의 개인소유를 공동소유로 바꾸어야 한다.” p78

 

 

몇몇 사람들은 저자가 말한 말 끝머리에 있는 ‘토지의 개인소유를 공동소유로 바꾸어야 한다’는 말을 잘못 해석해 종종 그를 공산주의자라고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자유경제주의자였으며 ‘사유재산제’의 중요성을 역설한 사람이었다. 토지와 자본을 구분하지 않고 자본 모두를 전부 공유할 것을 주장한 마르크스와는 달리, 그가 주장한 지대조세제는 오직 토지만을 공유상태와 가깝게 만들려 했다는 것에서 차이점이 있는 것이다.

 

사유재산제는 노력한 사람에게 노력한 만큼 결실을 인정해주는 제도다. 그러나 토지 가치의 상승은 대부분 지주의 노력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영향에 의한 것이다. 만약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그대로 두면 투기가 만연해지고, 빈부격차는 심화하며, 생산 활동은 활력을 잃는다. 이 같은 일들을 당시 저자는 대단히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지대조세제를 시행해 토지의 불로소득인 지대를 조세로 환수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물론 오늘날의 모든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토지문제의 관점으로만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토지문제야말로 여전히 우리 사회 모순의 핵심이고 가장 큰 문제임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토지 공개념이 다시 화두로 떠오른 요즈음, 일백 년도 훨씬 전 지구 반대편에서 우리보다 앞서 토지 문제를 고민한 그에게서 영감을 얻고 지혜를 빌려보는 것은 어떨까.

이병찬 기자
이병찬 기자

 fifthseason@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