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사형제
  • 손나은 기자
  • 승인 2018.09.05 12:34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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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34. 생명의 무게와 범죄의 무게 사이
출처 : 뉴시스



[View 1] 사건 증언 경험이 있는 시민 A

나는 과거에 우연히 범죄 현장을 목격해 진술한 경험이 있다. 살인 현장을 직접 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주변을 지나가던 나의 증언 덕분에 살인범 검거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당시 나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증언했기 때문에 범죄자와는 별다른 접촉이 이뤄지지 않았다. 범인의 얼굴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직접마주 보지 않아 살인범의 보복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인범의 판결 이후 그의 살인 수법 등이 기사로 쏟아졌고 범죄자의 죄질을 구체적으로 알게 되자 증언을 했던 것이 점점 두려워졌다. 그래도 사형수는 밖으로 나올 일이 없다며 애써 내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러던 중, 사형수도 외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죄수들과 마찬가지로 사형수도 소송과 관련된 일이라면 외출이 허락된다고 한다. 게다가 2005년 대전에서는 사형수가 면담 지연을 빌미로 교도관을 쇠파이프로 살인한 사건도 있었다. 교도관을 제압 가능하다면, 사형수가 교도소를 탈출하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한 일이 아닐까. 탈출이 아무리 어렵다 할지라도, 내가 증언한 범죄자가 소송을 빌미로 세상에 나와 나에게 복수를 감행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든다.

지난 7월 일본에서는 10명이 넘는 사형수의 사형이 이뤄졌다. 일본을 포함해 현재 사형이 시행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약물로 사형을 집행하는 방식을 통해 집행인의 죄책감도 없애고, 최대한 고통을 줄인다고 한다. 사형수의 형이 실제로 집행된다면 사형수에 대한 시민의 불안도 줄어들며 위하력도 발휘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사형이 마땅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사형수의 관리에 관한 최선책이 없다면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View 2] 인권운동가 B

나는 모든 사람의 인권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세상이 변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일을 하는 인권운동가다. 이런 나를 보면 주변에서 항상 묻는 말이 있다. 사람을 죽인 살인자의 인권도 존중해줘야 하느냐고, 그들은 인권을 해쳤는데 그런 흉악범도 사회에서 보호해줘야 하느냐고. 사람들은 살인범이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갔으니 동등하게 그의 목숨도 뺏길 바란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해친 생명의 무게가 아무리 무겁다할지라도, 사회가 그들을 살인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형은 인권을 무시하고 범죄자를 손쉽게 제어하기 위해서 실시되는 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형벌은 범죄자들의 죗값과 관련 없이 공권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공권력이 사람의 목숨 결정권까지 손에 쥐게 된다면 그들의 힘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된다. 미국의 경우처럼 경찰의 총기 사용 허가 기준이 낮아지고 사형 집행률이 높아지게 될 것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대로 흉악범은 사형을 당하겠지만, 오판으로 죽는 이들과 자살을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수 역시 늘게 될 것이다.

실제로 ‘Suicide by Cop’이라는 이름의 범죄 수법은 사형제가 활발하고 공권력의 힘이 강력한 국가에서 자살희망자들이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수법이다. 인권의 무게가 한없이 가벼워지고, 정당한 법의 기준을 흐리게 만드는 사형제가 과연 유지돼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Report] 사형제, 끝나지 않은 논쟁

지난달, 프란치스코 교황이 “사형은 인간의 신성함과 존엄성을 공격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내용을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 포함 시켰다. 이 선언으로 가톨릭 종교 분파는 사형제에 대해 반대 관점을 취한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이는 지난 7월 10명이 넘는 사형수의 형을 집행한 일본의 입장과 대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12월 말 사형을 집행한 후 현재까지 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제 앰네스티의 기준에 따라, 실질적 사형 폐지국가로 분류된다. 그러나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리얼미터에서 조사한 '2017 사형제도 존폐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52.8%가 사형제에 찬성했다.

우리나라에서 1997년 말까지 시행되던 사형제가 현재 실시되고 있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인권을 무시하는 형벌이라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사형이라는 형벌이 지닌 강력한 위하력과 사회 통제력도 무시할 수 없다. 팽팽히 대립되는 상황 속 우리는 효율을 우선시 한 사회의 판단으로 사형이라는 살인이 용인되는 것이 공정한 일인지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다.

손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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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onn20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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