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수용
난민 수용
  • 한예은
  • 승인 2018.10.10 20:29
  • 호수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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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시선 37. 난민 공포 vs 인류애, 이해관계에 얽혀있는 난민 문제
▲출처: 뉴스앤조이
▲출처: 뉴스앤조이

 

● [View 1] 난민 신청자
나는 제주도에 온 예멘인이다. 내 고향 예멘은 계속되는 내전 중 물자를 공급하던 지역이 포위돼 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물, 전기, 가스가 끊겼고 남자들은 강제로 군대에 징집돼 대규모 학살에 동원되거나, 이를 거부할 시 죽게 될 수도 있다. 내가 난민으로 한국에 온 것은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한국에 온 뒤 이곳 정부의 도움으로 나는 어업 분야에 취업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 고향에는 바다가 없었기 때문에 생전 처음으로 바다에서 배를 타야 했고, 아니나 다를까 뱃멀미가 너무 심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식당 종업원 일로 직종을 바꿨지만, 언제부터인가 손님들이 나의 얼굴을 보면 인상을 쓰고 내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고 손가락질을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장님이 손님들이 무서워한다며 나와 다른 예멘인 한 명까지 해고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난민 심사 기간도 연장됐는데, 당장 생활비 걱정과 예멘에 있는 가족 생각에 절망스럽다.

제주도에서 일어난 여성 실종 사건이 예멘인 소행이라는 가짜뉴스가 떠돈 이후, 지나가는 사람마다 경멸의 눈빛으로 날 쳐다본다. 나는 범죄자도, 테러리스트도 아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무슬림은 극소수다. 예멘에서 도망 나와 처음 갔던 말레이시아에서도 거부당했는데 한국마저 우릴 거부한다면 우린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부디 하루라도 빨리 우리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를 바란다.

● [View 2] 제주도 도민
제주도에서 태어난 이래로 요즘이 가장 흉흉하다. 무사증 제도로 인해 제주 관광 사업이 더 발달해 처음은 제주도가 발전되는 것 같아 좋았다. 그러나 이 제도를 관광 목적 외에 악용하는 사례가 등장했고, 얼마 전에는 500명이 넘는 예멘인이 난민으로 제주도에 들어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무슨 문제라도 생기는 건 아닐까 두렵다.

까만 피부에 축 처진 어깨, 어딘가 불안한 눈빛이 왠지 싫다. 난민 신청자는 건장한 젊은 남성들이 대부분이며 이들은 대개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다. 진짜 난민인지 의심스럽다. 밥을 먹고 나오는 길의 지인이자 가게 주인인 김 씨에게 웬만하면 예멘인은 고용하지 말라고 귀띔했다. 얼마 전 예멘인이 우리 제주도민을 해코지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과연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나는 난민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그런데 내 생활에 그들이 직접적으로 들어오자 생각이 바뀌었다. 유럽에서 난민 때문에 일어난 각종 테러와 일자리 포화, 성범죄 사태가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까 심히 걱정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난민 수용에 환영하지 못하겠다.

● [Report] 난민 수용 찬반 양립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장하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에 가입했고, 난민법은 2012년에 제정했다. 난민 신청자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데, 특히 2013년부터는 매년 두 배 가까이 되는 증가 폭을 보여 왔다. 그러던 중 올해 내전을 피해 온 예멘인 552명이 대거 제주도로 난민 신청을 하자 난민 수용 문제가 세간의 화두로 떠올랐고 난민 수용 반대를 골자로 한 대국민 청원까지 나오게 됐다.

청와대는 71만명이 참여한 ‘난민법, 무사증을 폐지하라’는 청원에 대해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 거액의 국제 분담금, 협약 탈퇴 시 국익에 미치는 문제점을 고려할 때, 난민협약 탈퇴나 난민법 폐지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제주 무사증 폐지 요구에 관해서는 당장 폐지는 어려우나, 지난달 1일 자로 감비아, 소말리아 등 관광 활성화라는 취지에 맞지 않는 입국자가 많은 12개 나라를 제주 무사증 불허 국가로 추가 지정 조치했다.

난민 수용에 찬성하는 입장은 이들이 다시 본국으로 돌아갈 때 박해의 위험이나 생명의 위협을 당할 수 있기에 국제사회가 이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측은 자국민 안전이 우선이며 문화 마찰로 인해 각종 문제가 생길까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난민의 수는 6천850만명에 이른다. 최근 난민 관련 막연한 편견과 혐오가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현실적인 정책 지원과 함께 이민자와 난민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배려 또한 요구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책무를 다하면서도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줄일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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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nnag2@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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