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지 않는 시대, 책 읽기
공부하지 않는 시대, 책 읽기
  •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 승인 2019.03.05 23:27
  • 호수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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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김평호(커뮤니케이션) 교수

 

봄이다. 새학기다. 겨울동안 우린 많은 계획을 세웠다. 요약하면 공부하기. 우리는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 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나가서도학교에서 집에 오면 공부하러 학원 가야지하는 부모님 말씀 들으며 자란다. 외국어 하나 쯤, 자격증 하나 쯤 필수인 시대, 오고가는 버스에서 촌음을 아껴 스펙쌓기에 열중한다.

그러나 우리는 또 안다.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을공부가 뭔지 한 번도 묻지 않은 채 공부했음을 잘 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도서관에서 인터넷에서 정말 많은 시간을 들여 공부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공부가 아님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

우리는 대학을 학교로 알지 큰 배움(Great Learning)’의 의미로 이해하지 않는다.

19세기말 영국 의회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어떻게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으로 올라서고 있는가?’ 19세기 말 20세기로 이어지는 그 즈음, 세계의 패권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그 시점까지 거의 1세기 반 이상, 해가지지 않는 나라로 세계를 석권했던 대영제국이 스스로의 황혼에 대해 물은 것이다.

의회 보고서의 답은 이랬다. ‘미국이 세계의 패권국가로 등장한 가장 큰 이유는 ()교육에 대한 대규모 투자에서 비롯되었다.’ 말 그대로 19세기 내내 미국 연방과 각 주 정부 핵심사업 중 하나는 초등부터 대학에 이르는 각종 수준의 공립학교를 세우는 것이었다. 그것이 미국이 가진 힘의 근원이 되었단 얘기다. ‘교육 국가 백년대계같은 말이 되었지만, 공부의 힘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공부의 핵심은 무엇일까? 따분한 답이지만 요는 책 읽기다. 책 읽는 것 쉽지 않다. 왜냐하면 책 읽기란 질문과 답을 찾고, 정리하며, 생각을 키우는 긴 과정이기 때문이다. 온갖 정보 무더기들 속에서 찬찬히 자기의 답을 숙성시키는 과정. 즉 생각의 자기발전, 생각의 자기화 과정이 책 읽기, 즉 공부의 핵심이다.

여기에 가장 큰 방해꾼은 인터넷이다. 스마트폰이다. 왜 그런가? 온라인 검색은 질문의 답을 바로 찾고 바로 소비하는 짧은 과정이다. 생각의 발효과정이 생략된다. 질문과 답에 이르는 과정을 인터넷에 맡겨버린, 즉 생각을 외주화 해버린 탓에 자기의 생각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마트폰 같은 신속한 해답 참고서가 있으니, 공부 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가 왔다. 오로지 책 속에만 길이 있단건 아니다. 길은 우리들 자신의 머리와 몸에 있다. 그런데 우리의 머리와 몸은 스마트폰에 포획돼있다. 빼앗겨버린 머리와 몸, 그것을 되찾는 경로 중 하나가 책 읽기라면 너무 뻔하고 꼰대스런 얘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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