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듭니다, 새로움을 만듭니다
책을 만듭니다, 새로움을 만듭니다
  • 이도형 기자
  • 승인 2019.11.06 10:22
  • 호수 14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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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유유 조성웅(45) 대표

Prologue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요리사.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화가. 범죄자를 잡는 사람은 경찰. 우리는 이처럼 어떠한 일을 생각하면, 그 일을 하는 직업을 자연스레 생각해낼 수 있다. 그렇다면 책을 만드는 일을 생각한다면 어떤 직업이 떠오르는가. 사람들 대부분이 작가라는 직업을 생각해낼 것이다. 그러나 책을 만든다는 것은 오로지 작가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일이다. 책의 본문을 써낸 작가 뒤에는 책을 기획하고, 작가를 찾아내고, 본문을 교정한 사람들이 있다. 이와 같은 숨은 조력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출판사’다.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녹아든 책을 만드는 사람은 어떤 이야기로 가득 차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지난 8월, 출판사 유유의 대표 조성웅(45) 씨를 만나봤다.

▶ 먼저 자기소개 부탁한다.
독자의 공부를 돕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 유유의 편집자이자 대표이다.


▶ 출판사 대표가 되기 전 다큐멘터리 제작과 편집자로 활동했다. 앞선 일들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출판계에 들어서기 전에는 다큐 프로그램의 조연출을 맡았다. 출판과 방송 모두 새로운 사건과 사람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늘 새로운 아이템을 주제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 취재하는 일이 흥미롭고 재밌었으나 방송업의 성격상 단발적이고 연속성이 떨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 진로에 대해 방황하던 중 주변 지인이 책을 좋아하니 책을 만들어보면 어떠냐는 이야기에 출판사 일을 시작하게 됐다. 다큐멘터리 제작 당시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일이 지금의 책 만드는 일에 도움이 돼줬다.

▶ 본인만의 출판사를 차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책 만드는 일이 좋다. 또 참 잘 맞는 것 같다. 그러나 출판계 특성상 연차가 쌓일수록 실무보다는 관리업무를 맡게 된다. 편집자로서 실무를 오래 하고 싶은 마음에 직접 차리게 됐다.

▶ 하나의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책은 무(無)에서 출발한다. 어떤 책에 관한 아이디어가 생긴다면 그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킬 방법을 찾는다. 기존에 외국에서 작업된 책을 찾거나 국내에서 새롭게 쓸 수 있는 작가를 찾는 것이 그 방법이다. 이후 작가를 찾아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책 작업을 제의한다. 작가 측에서 수락을 한 이후에는 창작의 시간이다. 저자는 편집자와의 의논을 통해 책을 집필한다. 집필이 끝나면 편집자는 원고를 검토하며 교정교열 작업을 진행하고, 디자이너는 책의 판형과 전체적인 디자인을 작업한다. 후가공 끝에 인쇄소에 넘어가 책이 제본되면 독자가 서점에서 볼 수 있는 온전한 책으로 완성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물성을 가진 책이 될 때까지. 책은 무(無)에서 유(有)를 낳는 작업이다.

▶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출판계에서 전자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 종이책만의 매력 혹은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은 독자가 편리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기술의 발전을 이용해 독서를 돕는 것이라 생각한다. 반면 종이책에는 물성이 가지는 힘이 있다.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질감을 직접 느끼거나 책 향을 맡을 수 있다. 이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또한 아직까지는 종이책이 다른 형태의 책보다 더 잘 읽히고 오래 읽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1인 출판사를 만든 뒤, 첫 책을 만들었을 때의 소감은 어떠했는가.
두렵고 떨렸다. 책이 팔리지 않으면 이 일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책을 사주는 독자들이 있었고, 그 독자들 덕분에 지금까지 책을 만들 수 있었다. 항상 독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 ‘00한 책을 만들고 싶다’라는 문장이 있다면, 00을 어떻게 채우고 싶은가.

‘독자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는’이라고 채우고 싶다. 독자의 공부를 도우면서도, 읽었을 때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내면적으로 단단해지는 책이 됐으면 한다. 계속해서 인문교양서를 만들고 있는 것도 그 이유이다.

▶ 오랜 기간 편집자와 출판사 대표로 활동하며 많은 책을 만들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이 있다면 무엇인가.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다 아끼는 책들이다. 그럼에도 이 자리를 빌려 하나의 책을 꼽자면 대만 인문학자 양자오 선생의 책들을 매우 좋아한다. 인터넷 서점에 검색하면 나오는 열댓권의 양자오의 책 중 대부분을 우리 출판사에서 만들었다.

▶ 꾸준히 인문교양서를 만들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인문 교양을 지적 허영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내면에 교양을 쌓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있다. 왜냐하면 인문 교양이라는 것은 사람이 살고 있는 기본 바탕이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사람으로 이뤄진 사회 또한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다. 조금 더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지식이자 지혜인 인문 교양. 이러한 지식은 책을 읽어서야만 얻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책이 가장 편리하고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식 습득 경로이기에 계속해서 인문교양서를 제작 중이다.

▶ 인생에서 겪어본 가장 큰 실패와 극복 방법은 무엇인가.
대학교 재학 시 뾰족하게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방송일도 군대에서 친했던 선임병이 영화를 공부하던 사람이라 어울리다 보니 그쪽 분야에 관심이 생겨 시작한 것이었다. 일은 재밌었으나 미래가 보이지 않았고, 그만둔 후에는 오랫동안 직업을 찾지 못한 채 방황했다. 그 과정에서 별의별 일은 다 해봤던 것 같다. 이 시기가 실패라고 할 순 없으나 떠올리기 힘든 시절이다. 시도를 해보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 없다. 일단 어떤 방향으로든 간에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경험상 뭘 하면 좋은지, 뭘 잘 할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것저것 해보고 최대한 많은 경험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그러한 과정 끝에 책 만드는 일을 접해 현재는 행복하게 살고 있지 않은가.

▶ 본인을 책으로 비유한다면, 어떤 장르인 것 같은가.
실용서. 스스로 생각하기에 실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시간도 무의미한 곳에 쓰고 싶지 않으며 쓸데없는 일은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 책과 도서 분야에 대한 사랑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인생에 책만 없었다면’이라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는가.
내 인생은 둘로 나눌 수 있다. 책을 안 만들던 과거와 책을 만드는 지금. 과정 중에 상처를 받거나 실망을 한 적도 있으나 뿌리는 항상 같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게 돼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지금은 책을 만들지 않는 삶을 상상하기 어려운 것 같다.

▶ 책 만드는 일을 영업하자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를 설명했을 때와 같이 책을 만든다는 것은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일이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을 제외하면 아무 것도 없는 상황에서 새롭게 창조하는 일이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은 아이디어 혹은 독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 각각의 책이 모두 다르듯이 독자들도 조금씩 다르고 그에 따른 반응도 차이가 있다. 책을 만들 때나 그에 대한 반응을 접할 때나 모두 새롭고 뿌듯하다.

▶ 대표 조성웅과 사람 조성웅의 향후 지향점은.
출판사 대표로서는 알차고 단단한 책을 만들어 독자의 꾸준한 관심과 애정을 얻어 회사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으로서는 계속된 공부를 통해 책을 만드는 데 있어 부족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 하고 싶은 ○○이 있다면 무엇인가.
출판이다. 나는 책을 만드는 게 좋고 기쁜 사람이니까. 사람의 한 평생은 길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으로서는 반 혹은 반보다 조금 더 살았고 살 날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이성을 상실한 뒤의 삶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젊어서 아직 정신이 건강할 때까지는 좋은 책을 열심히, 또 꾸준히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

▶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일들이 있고, 그 중에는 책을 만드는 일도 있다. 대학교 다닐 때 책 만드는 일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아 이야기해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기업만큼 돈벌이가 되지 못하더라도,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즐겁고 재밌게 일할 수 있을 것이다. 책 만드는 일은 매우 즐겁고 재미나는 일이다.

Epilogue
당신은 당신의 인생을 관통하는 어떠한 키워드가 있는가. 조성웅 씨에게는 그 키워드가 ‘책’이었다. 그와 인터뷰 내내 기자는 왠지 모를 부러움으로 가득 찼다. 본인의 일에 대한 확고한 애정과 믿음이 사람을 이토록 빛나 보이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슬프게도 기자는 아직 확실한 믿음과 애정을 줄 만한 일을 찾지 못했다. 아마 청년 대부분이 기자와 같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잘 하면서도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은 천운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자괴감을 느끼기엔 이르다. 일단 시도해보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도 끝없는 시도 끝에는 내게 맞는 일을 찾아낼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시간이 흘러 본인의 일에 대한 애정을 한껏 내보일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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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oshap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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