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가만히 듣기만 하는 온라인 강의, 지루함을 담다.
⑦ 가만히 듣기만 하는 온라인 강의, 지루함을 담다.
  • 음악칼럼니스트 천미르
  • 승인 2020.09.29 15:56
  • 호수 14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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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의 얼굴만 멍하니 바라보면서 시간만 가는 이 순간. 내가 대학 수업을 듣는 건지, 고등학생 때 듣던 인강을 듣는 건지. 수업해 주시는 교수님께는 죄송하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도 힘들다. 마이크를 켜놓고 딴짓하는 사람은 또 왜 이리 많은지, 수업에 집중이 안 된다. 교수님 카메라는 꼭 켜야 하는 건가요? 모니터에 수업만 띄워놓고 딴짓을 하게 되는 나의 모습은 전혀 대학생 같아 보이지 않는다. 자체 휴강하려고 그렇게 애를 쓰던 수업에 가고 싶어지는 순간이 올 줄이야.

 

Just Wanna See - SHAED
이제는 모니터 화면이 아니라 강의실과 학생들 심지어 교수님까지 실제로 좀 보고 싶다. 너무 오랫동안 보지 못한 친구들에게 “얼굴 좀 보자!”하고 외치는 듯한 첫 번째 추천곡이다. 곡 자체가 지루하다기보다는 나른하면서도 느긋한 느낌이 곡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는 화면을 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넋이 나간 모습을 발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이 곡은 몽환적인 사운드로 앞서 말한 넋이 나간 순간의 느낌을 전달해준다. 이런 몽환적인 분위기에 다 듣고 나면 잔잔하게 머릿속에서 맴도는 중독성까지 일품인 곡이다. 더는 견디기 힘든 온라인 수업의 지루함에 몸부림치는 듯한 곡을 꼭 들어보기 바란다.

 

Ta Reine - Angele
온라인 강의 중에 눈은 화면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가득한 순간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진 않은 프랑스 아티스트 Angele의 곡으로, 그녀의 보컬은 마치 마법의 주문을 거는 듯하다. 혼자만의 상상에 빠져 있을 때는, 눈으로 무엇인가를 보고 있어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옆에서 누가 시끄럽게 떠들어도 들리지 않는 법이다. 저음에서부터 가성까지 매끄럽게 연결되는 그녀의 보컬은 앞서 말했듯이 사람을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고, 한 음씩 길게 이어지듯 연주되는 전자음에 나를 제외한 주변의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High Highs to Low Lows - Lolo Zouai
처음에는 귀찮게 일찍 일어나서 준비하고 등교할 일 없어서 좋다고 생각했지만, 반년 이상을 이렇게 수업을 듣고 있으니 온라인 강의가 무작정 좋다고 기뻐하던 내 모습이 어리석게 느껴진다. 지금은 수업에 집중하기도 힘들고, 공부는 전혀 안 되는 것 같고 지겹기만 하다. 이전의 기쁜 마음에서 변해버린 현재의 심경을 잘 나타내는 세 번째 추천곡이다. 스네어 드럼의 사운드는 잘게 연주되지만, 베이스 비트는 그루브 있게 나오면서 곡이 빠르다는 느낌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악기의 사운드들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브레이크도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완급조절을 유연하게 하고 있다. 곡의 후반부로 가면서 보컬의 표현도 조금 더 애절해지는데, 이런 표현법은 마치 지루함에 못 이겨 점점 짜증이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Slow Up - Jacob Banks
세상을 살아오면서 느껴온 점들을 이야기해주면서 어린 친구들에게 동심을 잃지 않고, 천천히 자라라고 말해주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나는 진중한 노래가 오늘의 네 번째 추천곡이다. 이런 주제 의식을 지금 우리의 상황에 대입해보자면, 과연 이렇게 듣는 수업이 공부가 될지 의문이 들고 앞으로 내가 성장하는 데 있어 정말 도움이 될지 고민이 되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현재 상황이 앞으로의 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줄지 모르는 순간, 혼란과 고민이 묻어난다. 이해도 집중도 잘 안 되는 온라인 수업을 들으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문득 든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싶다.

 

Remember Me - UMI
‘과연 내가 지금 듣고 있는 이 내용을 기억할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 같은 마지막 추천곡이다. 따분하고 지루하기만 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자니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실제 강의 때처럼 강의실 맨 앞줄에서 열심히 필기하면서 듣는 것처럼 집중할 자신도 없는 우리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변함없는 무료한 날들이 계속되다 보면 의지력도 떨어지고, 점차 지쳐가기 마련이다. 반복되는 온라인 강의에 공부할 의지가 모두 꺾여버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어찌 보면 강의 속 내용이 학생들에게 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시험에 꼭 나오니 이 내용을 꼭 기억하고 있으라고 우리에게 외치는 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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