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트렌드의 중심, 중고거래
소비 트렌드의 중심, 중고거래
  • 신정연·이유진 기자·김성은 수습기자
  • 승인 2021.03.23 12:46
  • 호수 14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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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평화로운 거래’가 될 수 있도록

일러스트 양다솜 수습기자
일러스트 양다솜 수습기자

 

Prologue

새 학기가 시작되면서 비싼 전공 서적을 중고로 구매해볼까 고민하거나 서랍 속에 있던 안 쓰는 물건들을 팔아 용돈을 마련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중고거래는 우리 삶에 스며들어 더 나아가 이제는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됐다. ‘없는 거 빼고 다 판다는 중고거래’라는 말도 존재하듯이, 본지는 무한한 중고거래 속을 파헤쳐봤다.

 

중고거래의 역사

오늘날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중고거래. 그 시작이 ‘벼룩이 들끓을 정도로 오래된 물건을 판다’는 의미에서 파생된 벼룩시장이라면 믿겠는가. 19C 말 파리 북부 외곽을 중심으로 형성된 벼룩시장은 6∙25전쟁 이후 한국까지 전해져, 청계천 주변 판자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황학동 벼룩시장으로 이어졌다.

본래 중고거래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경제 운동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 카페의 등장으로 중고거래는 큰 변환점을 맞았다. 2003년 ‘중고나라’ 카페의 등장은 중고거래의 주요 소비층을 10∙20대 젊은이들로 확대했고, 옷가지와 살림 도구가 전부였던 거래 품목을 사소한 물건들부터 전자 기기, 명품과 같은 취향 소비 품목들로 다양화시켰다.

최근 온라인 플랫폼의 성장과 함께 중고거래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졌다. 작년 7월 닐슨코리안클릭의「모바일 중고거래 이용자 1,000만 시대」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거래 앱은 2016년에 비해 2018년부터 45%, 66%, 117%씩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그중 개인 간 거래 모델(C2C)에 해당하는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이름처럼 GPS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지역 6km 내외에서 ‘동네 이웃 거래’를 권장하는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한 우리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이하 에타)’도 같은 대학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중고 물품이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중고거래는 불특정 다수에서 공통 집단 내 거래로 특정됐고 단순 물건 교환이 아닌 커뮤니티 성격으로 발전해나갔다.

 

단국인들의 중고거래

그렇다면 우리 대학 학생들은 중고거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중고거래 이용 경험과 관련 의견을 직접 들어봤다.

 

▶ 에타에서 책방 게시판을 이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 학교 인증을 거쳐야 해당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 신뢰가 생겼다. 또한 비싼 새 책에 비해 중고는 더 저렴하게 구할 수 있어서 많이 이용한다. 박경민(경제∙1)

- 중고 책은 전 사용자의 흔적이 남아있어 찝찝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다른 사람의 필기로 보완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중고거래만의 매력이 느껴졌고 그러한 점이 중고라는 단점을 상쇄했다. 손성권(생명과학∙2)

 

▶ 중고거래를 하면서 겪었던 단점이나 불편함이 있다면.

- 종종 말없이 약속 시각을 어기는 사람, 거래 직전에 시간을 변경하거나 파기하는 사람 등을 만난다. 익명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약속을 가볍게 여기는 느낌이다. 또한 제시한 금액을 반값으로 내려 달라며 과도하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었다. 김완희(미생물∙1)

- 직거래가 아니면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다. 택배를 보냈다고 해도 의심이 들고, 장난으로 연락하거나 택배를 보내는 날 연락이 끊기는 경우도 있었다.

이지훈(경영공∙1)

 

사례로 알아보는 중고거래 문제점

중고거래는 장점도 존재하지만 단점도 분명 존재한다. 실제로 지난 5일 에타 중고 장터에서 18만 원가량의 물건을 구매했으나, 택배 발송 및 환불 없이 연락이 두절됐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며 재학생 사이에 중고거래에 대한 불안감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글의 작성자 손성권(생명과학∙2) 씨는 “학교 인증을 기반으로 한 에타는 안전한 거래가 가능하리라 생각했지만 이런 안일한 생각이 오히려 독이 됐다”고 말했다. 에타 측에 이와 같은 사기 사건 발생 시 해결책을 문의해봤지만 “타인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사항 및 관련 자료의 존재, 보관 여부를 알려주는 행위는 법률상 금지돼 있다”며 “수사기관에 직접 방문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이에 손 씨는 현재 열두 명의 추가 피해자와 함께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지만 “중고거래 사기는 구매자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고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손 씨는 이번 사건을 통해 수사기관에 진정서(고소장) 접수 시 증거물로 ▲인터넷 게시물 ▲판매자의 정보 ▲이체 확인증 ▲거래 문자 캡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추가로 그는 만약 사기를 당했다면 소액이더라도 더치트(사기 피해 조회 앱)에 피해 사례를 등록하고, 경찰서에 방문해 피해 사실을 접수할 것을 권유하며 “조금의 노력이 또 다른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고거래, 어떻게 해야 할까?

경찰청 사이버수사국의 사이버 사기 예방수칙에 따르면, ‘사이버캅’을 통해 판매자 전화∙계좌번호가 사기 피해 신고 이력이 있는지 확인하길 권한다. 또한 더치트에 등록된 사건과 비교해 본 후 믿을 수 있는 거래가 맞는지 충분히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액의 수수료가 발생하지만 안전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사기 예방 방법 중 하나다. 안전결제 서비스는 구매자가 대금을 보낸 후 물품을 정상적으로 받았을 때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이다. 단, 판매자가 거짓된 안전결제 사이트를 보내는 경우도 있기에 사이트 URL을 유심히 확인해야 한다. 또한 안전결제 사이트의 무통장 결제창은 구매자가 입금은행 선택이 가능하므로 지정된 은행으로 입금해야 한다면 주의해야 할 것이다.

 

Epilogue

플랫폼의 발달로 중고거래는 활발해졌지만 피해의 예방과 책임은 여전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을 마련해 지난 5일부터 다음달 14일까지 입법을 예고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유통 플랫폼의 책임 강화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 하지만 법 개정 하나로 중고거래의 모든 문제가 종식되지는 않을 터. 발전하는 중고거래 시장과 함께 개개인의 책임과 윤리의식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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