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부모마음
백색볼펜-부모마음
  • <慧>
  • 승인 2004.04.16 00:20
  • 호수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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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마음

△23년 간 한눈 한번 팔지 않고 여기까지 왔다. 운영하고 있는 학원은 딸아이 나이만큼 되었고, 배출해낸 제자만 1만 여명이 넘는다. 코 흘리게 제자가 나와 같은 학원선생이 되겠다고 찾아 왔으니, 내 나이테의 원도 빼곡해지고 있는 듯 하다. 보따리 짐 하나 들고 시작한 학원살림은 어느덧 3층 짜리 건물로 불어났고, 내 몸 하나 아끼지 않고 정신력으로 이겨낸 숱한 세월을 이제 조금씩 가슴에 풀어놓는다.
설움을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곱게 커준 딸아이가 고마울 뿐이다. 목이 터져도, 온몸이 찢겨 나가는 듯 아파도 괜찮다. 나로 인해 가족이 행복하고, 누가 나로 인해 피해를 보지 않는다면 이렇게 살아가는 것도 아직은 불안하지 않다. 이는 내 어머니의 자서전에 쓰여질 법한 이야기들이다.
△딸자식 낳아봐야 어미 마음을 알지. 우리네 어머니가 항상 하시는 말이다. 사람들은 당사자가 아니면, 똑같은 상황에 처해보지 않으면 타인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릴 수 없기 마련이다. 철이 들기 시작했을 무렵, 필자는 깨달았다. 당신의 몸과 마음이 얼마나 썩어 문드러졌을 지를. 생을 포기하고 싶어질 만큼 힘든 세월을 겪어 왔음을 말이다.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생겨나고, 최근에는 이를 소재로 맹부삼천지교라는 영화도 나왔듯이 자식을 위해 희생을 서슴치 않았던 당신의 모습이 새삼 대단스러워진다.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부잣집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네 부모 세대는 자수성가했거나, 부단한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 내 집 장만을 자신과, 가족의 최고 목표로 삼고 악착같이 노력하는 부모님들. 일확천금을 바라지 않고 노력한 만큼만 운이 따라주기를 바라는 소박한 마음의 소유자. 그들에게 배워야 할 것은 삶 그 자체이다.
△총선 2일을 앞두고 정치인들은 ‘한 표’를 얻기 위해 아우성이다. 일단 여의도에만 들어가면, 그렇기만 한다면 식으로 당선만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도 분명 한 아이의 부모일텐데, 왜 부끄러운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가. 국민을 내 자식으로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이 필요한 때다.
<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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