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에 열광하는가… ‘로맨틱 클리셰’에 빠지는 이유
왜 사랑에 열광하는가… ‘로맨틱 클리셰’에 빠지는 이유
  • 이수빈·신이수·황민승 기자·류승주 수습기자
  • 승인 2023.12.05 15:35
  • 호수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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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갈망하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마음

`춘향전'에서부터 시작된
애정 서사, 수백 년간 재생산

2000년대 초반 대중문화를 향유하던 ‘로맨틱 클리셰(Romantic Clich)’는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대중들의 즐거움을 책임졌다. 그러나 대중들은 점점 스토리에서 로맨스가 제외된 `SKY 캐슬', `펜트하우스'와 같이 자극적인 장르의 콘텐츠를 찾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로맨틱 클리셰’는 클래식이다. 혐오 관계 서사와 신데렐라 서사가 포함된 클리셰 가득한 드라마가 성황리에 종영한 것은 여전히 로맨틱 클리셰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증명한다.

 

시대를 초월한 클리셰의 시작
‘로맨틱 클리셰’란 로맨스 장르에서 대중들이 흥미를 느끼는 요소가 검증됨으로써 그 자체로 전형화돼 재생산되는 서사를 말한다. 로맨틱 클리셰는 수백 년 동안의 문학 속에서 발생해왔다. 김미지(국어국문) 교수는 “로맨틱 작품에서의 클리셰는 서사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들의 사랑이 이뤄질 수 있는가’는 작품의 결말과 플롯(Plot)이 가장 큰 중점이다”고 말했다.

 

`혐오 관계 서사'가 나타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 `오만과 편견(2005)'의 한 장면이다. 출처 : 네이버 영화
`혐오 관계 서사'가 나타나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영화화한 `오만과 편견(2005)'의 한 장면이다.
출처:네이버 영화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만들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오만과 편견'의 대사 中

 

19세기 영국 문학의 명작(名作)으로 손꼽히는 `오만과 편견'은 ‘혐오 관계 서사’의 대표적 사례다. 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과 피츠윌리엄 다아시의 강렬한 혐오 관계가 서서히 사랑으로 변화한다. 사랑이 결혼의 전부라고 여긴 베넷에게 나타난 현실주의자 다아시의 오만한 첫인상과 둘의 갈등 관계는 로맨틱 클리셰의 대표적 서사로 볼 수 있다.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1996)'의 한 장면이다. 출처 : (주)플레인글로벌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원작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1996)'의 한 장면이다.
출처:(주)플레인글로벌

“사랑이 가냘프다고? 너무 거칠고, 잔인하고, 사나우면서도 가시처럼 찌르는 게 사랑이네.”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 中

 

16세기 고전 명작으로 손꼽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뤄지지 않는 사랑, 집안의 반대로 인한 고난 등의 요소를 포함한 로맨틱 클리셰의 원조 격이다.

 

고전문학 속 로맨스의 시작점
로맨틱 클리셰의 역사는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을까. ‘사랑’은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이다. 모든 시대의 문화예술 작품에서 다뤄질 만큼 역사가 대단하다. 최수웅(문예창작) 교수는 “‘낭만적 사랑’이 보편적으로 사용된 시기는 12세기 중세 문학에서 제시된 ‘코틀리 러브(Courtly Love)’ 즉 기사도적인 사랑을 대표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애국 계몽기 전후로 ‘자유연애’가 도입되며 연애 이야기가 활발히 만들어졌고, 산업화의 심화와 1990년대 이후 개인의 욕망 발현이 자연스럽게 여겨지며 과거에 비해 조금 더 가벼운 방식으로 로맨스를 다루게 되며 ‘로맨틱 코미디’가 인기를 끌었다”고 답했다.


우리나라 로맨틱 클리셰의 시작점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정녀(자유교양대학) 교수는 “고전 소설사에서 애정 서사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춘향전'이 소설로 정착된 이후인 19세기 무렵”이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20세기 초에 이르면 일본에서 들어온 신파극의 영향으로 신분이 다른 남녀의 사랑이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 재생산된다”고 밝혔다. 신데렐라 클리셰라고 불리는 신분이 다른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흔한 이야기 전개 방식은 현대에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사랑의 보편성은 언제나 통한다
최영태(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좋은 미디어란 ‘사람’ 그 자체”라고 말했다. 미디어의 조건인 ‘연결성’과 ‘전달성’이 사람에게서 충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현대인은 대부분 휴대폰을 들고 다니기에 서로가 연결되는 힘이 막강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연결의 원동력을 ‘사랑’”이라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의 발전은 인간의 외로움에서 기인한 것으로, 실제로 그 안에서의 유대감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랑을 갈망하는 마음이 매개체를 통해 서로를 연결한 것이다.


현재의 미디어는 사람들의 처지를 주인공이나 캐릭터에 몰입시켜야 성공한다. 그 몰입의 중심에는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있다. 그는 “시대가 변해도 사랑의 보편성은 언제나 통하기에 성공한 미디어에는 애정 선이 많이 들어간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디어 속 사랑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 ‘슈퍼마리오’, ‘페르시아의 왕자’ 등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게임이 인기를 끌었지만, 현재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는 ‘라이프 이즈 스트레인지’와 같은 다양한 사랑을 다룬 게임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랑의 면모는 마케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밸런타인데이 같은 이벤트 마케팅에 대해 정연승(경영) 교수는 “우리나라의 집단의식을 엿볼 수 있는 사회현상으로 기존 마케팅과 사랑을 기반으로 한 마케팅 실적의 차이는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랑의 이미지가 유지된 성공한 브랜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여러 OO데이”라고 말했다.

 

1909년 밸런타인데이 기념 카드이다. 출처 : 위키피디아
1909년 밸런타인데이 기념 카드이다. 출처:위키피디아

일상에 변화주고 설레는 내일을

우리가 이토록 로맨틱 클리셰에 열광하고 사랑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소영(경영2)씨는 “사람은 항상 불완전하고 이런 것을 충족시켜 주는 유일한 것이 사랑인 것 같다”며 “일상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내일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사랑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로맨스 작품은 사랑의 아픔에 위로를 준다”고 덧붙였다. 로맨틱 클리셰 작품은 행복한 결말과 사랑의 성취를 통해 현실 속 암담했던 감정에서 벗어나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이수민(화학1)씨는 “우리는 외부와 끊임없이 관계를 주고받으며 살아가는데 그 관계를 사랑해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사랑을 한다”고 말했다.

 

 

이수빈·신이수·황민승 기자·류승주 수습기자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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