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노벨상
<백색볼펜>노벨상
  • <禎>
  • 승인 2002.10.18 00:20
  • 호수 1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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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노벨상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한 일본열도가 흥분과 환희에 빠져 있다. 특히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 시마즈(島津)제작소 분석계측연구소 주임은 그의 ‘지극히 평범한’ 신분과 학사출신, 그것도 화학과가 아닌 전기공학과 출신이라는 사실로, 또 물리학상을 수상한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도쿄대 명예교수는 도쿄대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했다는 사실이 일본 사회뿐 아니라 우리에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예상치 못했던 노벨상 퍼레이드로 일본은 몹시 고무된 표정이다. 특히 일본은 기초과학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했음에도 오랜 사회 침체를 겪자 “실용학문에 투자를 늘렸으면 우리도 미국을 누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자조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3년 간, 4명의 수상자를 내며 “일본의 과학은 그래도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다나카 주임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 그가 재직하는 시마즈 사의 주가는 20%가량 올랐다. 노벨상 발표 전날만 해도 올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노벨상 효과’를 톡톡히 본 셈. 이와 함께, 일본 문부 과학성은 과학부분 진흥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24조엔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하고, 앞으로 50년간 3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도 세워놓은 상태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경우와 성격은 다르지만, 노벨상으로 인해 들끓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노벨 평화상 수상이 철저히 계획된 로비에 의한 수상이라는 언론의 보도와 이어지는 국회의 정쟁으로 소란스런 분위기다. 사실진위 여부를 떠나 논란만으로 이미 수상의 영광이나 가치는 땅에 떨어 질대로 떨어져버렸다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더욱 슬픈 것은 외국의 언론과 우리의 국회가 ‘국가의 명예로운 수상’에 먹칠을 하고 있는 데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미 어느 정도 논란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우리의 현실이다.
<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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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itecat0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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