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기자석>편입열풍
<주간기자석>편입열풍
  • <길지혜 기자>
  • 승인 2003.02.23 00:20
  • 호수 10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어시험으로만 대학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는 현실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대부분의 대학이 영어시험만 보는데, 좀 더 나은 대학에 편입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솔직히 편입하려고 학점은 잘 받아두었는데, 편입하고 싶은 학과는 이와 무관한 전공이라 헛 공부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이들의 말에서 편입학의 열풍이 느껴진다. 각 대학들이 정시 합격자를 발표하자마자 편입학의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학기 편입생 모집 규모는 전국 1백73개 대학 5만9천79명. 대학 입학정원 전체의 20%에 해당하는 것으로 지난해보다 3천여명이 증가한 수치다. 편입학 지원자는 최근 몇 년간 매년 모집인원의 6배수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대학으로서는 편입학 일정 관리부터 홍보 전략에 이르기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편입학을 준비하는 대다수의 대학생들도 입시 1∼2학기 전부터 영어 공부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편입학을 하는 학생들은 대학의 ‘간판’을 고려한, 좀더 나은 대학으로 진학을 희망하는 경우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어도 전공이 맞지 않아 편입학을 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매학기 대학은 대학나름대로, 학생은 학생나름대로 ‘제2의 입시전쟁’을 치루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지라 편입학이 당초 2년제 학생 등에게 교육기회를 더 부여한다는 취지보다는 보다 ‘좋은 대학’으로 가기 위한 수단으로 존재하고 있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개중에는 적성에 맞는 전공 선택보다 무조건 대학만을 바라보며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고 편입관계자들은 말한다.
편입학은 학생들의 학교간 이동이 확대되고 수요자 중심의 교육, 대학 교육 미달 인원의 충원 등의 장점이 있다는 점에서 필요한 제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편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지방대일수록 그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고 한다.
‘간판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편입을 준비하고, 편입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 시험과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 성적에 대비해야 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만연된 편입풍토다. 편입준비생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교육당국의 효과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길지혜 기자>
<길지혜 기자>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