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 풍선 효과
화경대 / 풍선 효과
  • 최재선
  • 승인 2002.09.27 00:20
  • 호수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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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을 맞았다. 그 동안 이 제도 시행을 두고 말들도 많았다. 상당한 논란이 빚어지지도 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일어났던 여러 가지 논란과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 제도 시행으로 인해 우리 사회의 삐뚤어진 성문화와 이지러진 성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최근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이 발표한 성명이 대체적으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연은 성명서에서 “법이 시행된 지난 1년 동안 한국사회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 국민들로 하여금 성매매는 더 이상 ‘사회적 필요악’이 아니며,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성적 착취’라는 여성인권에 대한 우리사회 가치기준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부정적인 여론도 상당하다는 점이다. 이른바‘풍선효과’가 바로 그것이다. 이 말은 풍선의 한 곳을 누르면 다른 곳이 불거져 나오는 것처럼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대신에 또 다른 문제가 생겨나는 현상을 일컫는다. 다시 말해 풍선의 한 군데를 누르면 그곳은 들어가는 반면 다른 모든 곳으로 팽창하는 것처럼 없어진 사창가(집창촌) 대신 더 은밀한 음란 퇴폐 거래가 주택가 등에서 활발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성매매 근절 파수꾼으로 불렸던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이 이른바 ‘미아리와의 전쟁’을 시도했을 때 등장했다. 즉, 미아리 일대 집창촌은 초토화됐지만 업주 및 여성종사자들이 파주 등지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집창촌이 형성된 것을 놓고 풍선효과란 말이 인구에 회자되었다.
성매매 특별법 시행에 들어갈 당시 김강자 전 서장과 현직 담당 경찰과장과의 입씨름에서도 어김없이 풍선효과란 말이 등장했다. 김 전 서장은 정부가 무리하게 집창촌을 단속하는 경우 이른바 풍선효과로 인해 주택가로 성매매가 파고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경찰에서는 그 같은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경찰의 지속적인 단속으로 성 매매를 뿌리 뽑을 수 있다는 것이 반론의 주된 근거였다.
그러면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의 실정은 어떠한가? 개인적인 소견을 적는다면, 성매매 특별법은 또 다른 정책의 실패가 아닌가 싶다. 도시와 마을 곳곳으로 성매매가 더욱 확산되었고,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곳곳에서 성업 중인 이른바 안마 시술소는 무엇을 뜻하며,‘대딸방(손 등을 이용한 유사 성행위)’이니 인터넷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조건만남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룸 싸롱이나 비즈니스 클럽, 단란주점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노래방에서도 2차가 점차 일반화되고 있다. 중국이나 태국, 베트남, 러시아, 우즈벡 등 해외에서의 성매매도 흔한 풍속도로 자리잡고 있다.
성매매 특별법으로 그 동안 집창촌이나 러브 호텔 등에서 은밀하게, 그리고 약간은 죄 의식을 갖고 이루어지는 성매매가 이제는 더욱 보편화되고, 대범해졌다는 것이 솔직한 평가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말한 나위 없이 좋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충분한 의지와‘퇴로’를 준비하지 않은 채 새 정책을 시행하는 결과가 가져오는 부작용을 선의의 시민이 감수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성(性)을 나라에서 통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 다시 따져봐야 한다.’엊저녁에 한 택시 기사가 한 말이다.
최재선<한국해양수산개발원 국제물류팀장>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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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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