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in Austrailia(17) - 호주인들의 여유
Diary in Austrailia(17) - 호주인들의 여유
  • 길지혜
  • 승인 1999.11.30 00:00
  • 호수 1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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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in Austrailia ? 호주인들의 여유

모두 거쳐가는 통과의례, 득실 따져봐야



확실히 느긋해졌다. 은행에서 대기표 뽑고 30분, 1시간 기다리는 건 그다지 답답하지도 않다. 한국 같았으면 은행 업무가 이렇게 느려서 누가 거래 하겠냐고 핀잔 섞인 말을 늘어놓았을 텐데 말이다.
한국처럼 바쁜 고객이 없는지, 호주사람 대부분이 여유롭고 일 처리에 대한 압박이 없다. ‘빨리빨리’에 익숙한 한국인에게는 속이 터질 노릇이지만 이것이 호주인의 생활방식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버스를 타도 그렇다. 휠체어 탄 장애인이 버스에 오르려 하면, 운전기사가 직접 내려 버스로 안전하게 태우고, 길을 묻는 사람들에겐 확실히 알 때까지 설명해준다. 처음 봤을 땐 그저 참 친절하구나라고 생각했는데, 대부분의 버스, 택시 운전기사가 그렇게 하니 이제는 당연하단 생각도 든다. 바쁜 손님이 불평한마디 할 법한데도 그런 경우를 못 봤다. 버스가 완전히 멈춘 후에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도 이곳 호주에서 길러진 습관이다. 내리기 몇 정거장 전에 내릴 준비를 했던 한국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요즘은 호주에서 골프를 배우고 있다. 시설이 잘돼 있고, 비용이 싸서 여기 온 유학생들이 많이 배우고 가는데, 드넓은 땅에 수많은 공립, 사설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는 호주는 골프가 대중화되어 있다. 호주에서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대부분 남자들은 골프를 하기 때문에 ‘선물’하면 골프용품으로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다. 영어로 설명하는 골프 강사 리처드의 말을 새겨들으며 약간 경직된 자세로 골프를 배우러 나섰다. 그물망이 쳐 있고, 빽빽하게 사람들이 공을 치고 있는 골프장을 상상했는데,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넓은 골프장에서 사람들이 여유롭게 클럽을 휘두르고 있었다. 영어로 설명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소화하진 못했지만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정확하게 공을 때리는 것까지는 성공하고 있다. 외국에 나와 겪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에도 좋다. 특히나 가격이 부담되지 않아 오래 칠 수 있다는데도 장점이다.
그런데 문제는 호주 골프장의 까마귀들이다. 까마귀들뿐 아니라 캥거루 등도 듬성듬성 멀찍이 서서 골퍼들의 구경꾼 노릇을 자청한다. 까마귀들이 하얀 골프공을 제 알인 줄 알고 공이 땅에 떨어지기 무섭게 물고 가버리는 것이 문제다. 스윙을 한 후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동안 까마귀가 공을 물고 가버리니 게임진행이 제대로 될 리가 없는데다, 9홀이나 18홀을 도는 동안 적게는 한두 개, 많게는 대여섯 개까지 공을 빼앗기니 이쯤 되면 골프장은 까마귀와의 격전장을 방불케 한다고 한다. 아직은 초보라 까마귀 걱정을 할 여유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이런 자연과 함께 유학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데 더 없이 감사한다.
길지혜<언론·05졸> 동문 tameyou@hanmail.net

▲ 골프가 대중화되어있는 호주에서 처음으로 클럽을 잡아봤다.

 

길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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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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