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핑룸·기사송고실 통폐합
브리핑룸·기사송고실 통폐합
  • 최정빈 기자
  • 승인 2007.06.05 00:20
  • 호수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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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 잡으려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


요즘 정부와 언론계 사이에 ‘언론개혁’과 ‘언론탄압’이라는 말이 동시에 오고가면서 유례없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지난 22일 국무회의에서 채택된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방안’이 바로 그 진앙지이다. 정부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방안’을 철회하라는 언론계와 한 치의 양보 없이 연일 설전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언론계, 정계, 학계 등 대부분이 기자실통폐합 추진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정부는 이들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들어볼 수 있었던 ‘언론탄압’이라는 단어가 참여정부 시대에 거론되는 이유는 우선 참여정부의 무모한 추진 방식에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방안’은 한마디로 37개에 이르는 중앙부처의 브리핑룸과 기사송고실(기자실)을 8월부터 각각 세 곳으로 통폐합한다는 것이다.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기자실 통폐합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선진 시스템 정착을 위한 것”이라며 ‘선진화’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또한 부처 사무실 무단출입과 출입 기자실화의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언론개혁정책의 일환이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서 언론인 및 언론단체의 사전 의견 수렴이 절대 부족했고 이는 언론계가 반발하는 빌미로 제공됐으며 여론으로부터도 점점 멀어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를 주도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임시국회에서 “여론 수렴을 했다”고 말하면서도 “정부안을 내놓고 협의했으면 발표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모순 된 답변이 이번 조치로 불붙은 언론계에 기름을 뿌린 격이 됐다.

2003년 참여정부가 ‘언론 선진화’의 일환으로 시행한 ‘개방형 브리핑제’는 아직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게 현실이다. 또한 이를 보완해줄 ‘정보공개제’는 아직 유명무실한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또한 차후 보완할 것”이라는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일 한국기자협회(이하 기협) 소속 서울지역 37개 지회가 ‘정부는 누구를 위해 취재를 제한하는가’라는 공동 항의 성명서를 청와대에 전달했다. 기협은 군사독재정권의 야만적 탄압에도 굴하지 않고 자유언론을 추구했던 단체이다.

이들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희대의 언론탄압”으로 규정짓고 현재 시행 중인 ‘취재지원시스템’의 전면 보류, 언론사와 기자들의 의견 수렴, 취재현장에 대한 확실한 파악,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과의 허심탄회한 간담회 개최 등을 요구했다. 기협이 이처럼 나설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현재 언론계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비정상적이고, 따라서 언론계 전반의 위기라는 의식이 작용한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안의 본질과는 관계없는 일부 기자들의 외유성 출장 등을 마치 기자 사회에 만연한 현상처럼 몰아가는가 하면, 정부 자신이 시행하는 출입증 제도도 마치 기자들이 배타적 특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여론몰이에 나서자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단체행동을 불러왔다.


물론 정부가 주장하는 폐쇄적인 기자실 문화는 분명 일부 존재한다. 국방부와 경찰청 등 적잖은 부처에서 기존 출입기자단 제도가 온존하고 있으며, 새로운 매체에 대한 배타적 행위도 엄연한 사실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중소매체, 인터넷 매체 등의 기자는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기사에 필요한 브리핑도 제때 듣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빈대 잡으려 초가삼간을 태울 수는 없다.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도입한 개방형 브리핑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매체 간 차별의 벽을 허무는데 힘을 쏟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기자실의 폐해가 있다면 그 폐해를 개선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대로라면 국민의 알권리는 지대한 침해를 받을 것이 자명하다. 어느 부처의 장관이 자신의 정책을 잘못됐다고 기자들 앞에서 브리핑 할까?


최정빈 기자
최정빈 기자

 windykik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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