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대학의 또 다른 위기
<화경대>대학의 또 다른 위기
  • <변호걸 동우>
  • 승인 2002.10.21 00:20
  • 호수 10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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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학년도 대학 수능시험이 앞으로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수능지원자가 작년보다 6만여 명이나 줄어들어 대학 모집정원이 지원자보다 많아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이미 이러한 사태는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오던 터였지만, 무분별한 대학 설립과 정원 증대 등으로 앞으로 다가설 대학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무척이나 걱정스럽다.

아무튼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대학마다 현재 가장 비중을 두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바로 신입생 유치이다. 그것은 명문대학이든 후발 신생대학이든 다 마찬가지이다. 명문대학은 보다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고자, 후발 신생대학의 경우는 모집정원을 채우기 위해.....들리는 정보에 의하면, 작년 어느 지방대학의 경우 신입생 유치를 위해 라디오 광고 등 대학홍보비에 든 경비를 학생 1인당으로 환산해보니 약 30여만원 정도를 들었다고 한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니 가뜩이나 열악한 사립대학의 재정적 어려움은 가중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특단의 조치나 대학의 자체적인 정원조정이 선행되지 않은 한 정원미달로 인해 많은 대학의 파산이 예고되고 있으며, 인기 없는 학과와 소속 교수는 퇴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사실 지금도 지방 소재의 대학의 경우, 파산과 붕괴의 조짐들이 조금씩 감지되어 가고 있다. 아마도 올 입시가 끝나면 많은 후폭풍이 한국의 대학을 엄습하게 될 것이다.

이런 대학의 절박한 입장과는 달리 학부모들의 입장에서 보면, 입시경쟁률의 저하는 반가운 일임에 분명하다. 가혹하고 불쌍한 입시전쟁에서 자신들의 아이들을 조금이나마 해방시키고 엄청난 사교육비 부담도 경감하게 되니 당연한 일이다. 또 재수생은 줄어들어 사회적 비용이 경감될 것이며, 과외비와 같은 과도한 교육비 지출을 줄여주어서 가족들의 경제적 삶을 윤택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입시 위주의 우리 나라 파행적 교육 현실을 정상적인 궤도로 회귀하는 데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입시경쟁률의 저하가 반드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입학수요자의 감소로 대학의 정원미달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사립대학의 파산도 불행한 일이 되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우리들 앞에 놓여 있다. 그것은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수학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의 경우에는 이런 문제에 봉착하지는 않겠지만, 겨우 정원을 채우고 있는 대학의 경우, 당해 대학에 소속한 교수님들의 한결 같은 고민과 심정의 토로는 도대체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가르쳐야 될지 막막해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고등실업자들이 늘어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마당에 수학능력에 문제가 있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입함으로써 향후 우리의 대학교육의 현주소가 어떻게 될 것인지, 나아가 우리의 직업사회는 또 어떻게 될 것인지 매우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행 우리의 입시제도와 대학이 처한 현실 속에서 이점을 해결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수능시험이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을 재는 잣대가 아니라 단순히 점수의 서열화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학지원자의 수가 입학정원보다 많았던 지난날에는 결코 이런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는 상상도 하지 않았지만, 지금 우리의 대학교실에서는 참으로 한심하고 속상한 일들이 많이 빚어지고 있다.

무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답답해지는 빈도가 늘어갈수록 대학에 있는 자신이 초라해진다는 어느 교수님의 말이 오늘날 우리의 대학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명문대학’들은 예외이지만....
변호걸 동우<안양과학대 교수>

 

<변호걸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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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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