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신용카드 길들이기
⑤ 신용카드 길들이기
  • 이보우 교수
  • 승인 2008.04.08 20:13
  • 호수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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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잘못 쓰면 독이 되고 상처 내는 흉기

9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이른바 ‘캠퍼스 카드’ 문제가 크게 불거졌었다. 카드회사들이 캠퍼스를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마케팅을 실시한 나머지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서도 카드 빚에 허덕이는 현상이 줄을 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2년 카드사태를 전후한 청소년의 신용불량이 사회적인 이슈가 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신용카드는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정상적인 소득과 재산, 그리고 신용 등의 여러 요소를 평가한 후에 발행한다. 즉, 소비자인 고객이 신청을 하면 금융회사는 비즈니스적 판단에 따라 가부를 결정하고 쌍방이 계약하는 절차로 ‘뚝딱’ 마무리 된다. 여기서 ‘뚝딱’이라는 의미는, 카드가 그 기능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손쉽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이런 카드가 지구 구석 어디에서나 거래가 통하는 패스가 되었다. ‘신용카드 제국(The Credit Card Nation)’의 저자 로버트 D 매닝(Robert D Manning)은 현대 사회는 카드 없이는 집을 나설 수 없는 세상이라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 집을 나서는 순간 순환버스, 전철은 물론이고 편의점에서 캔커피 하나를 사는데도 카드가 쓰인다. 신용카드는 원래 외상으로 물건을 사고 한 달 후에 갚는 결제제도이다.

현금 없이도 물품을 살 수 있는데다 이제는 자동으로 일정 한도 안에서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까지 덧붙여졌다. 현금을 끌어내 쓸 수 있는 지갑으로 진화된 것이다. 독성도 만만치 않다. 외상으로 물건을 살 수 있으니까 소비에 대한 유혹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선 물건을 사거나 지출을 하고서는 나중에 감당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생긴다. 캠퍼스 카드 문제도 거기서 생긴다. 일부이기는 하지만 졸업을 하고서도 빚더미에 허덕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드물지 않다.

이제 카드에 대한 원칙을 말할 차례다. 먼저, 경제활동으로 정상적인 소득이 있기 전에는 신용카드를 갖지 않는 게 좋다. 영화나 문예 생활에서 할인 혜택을 받거나 포인트를 쌓고 싶다면 ‘체크카드’를 권한다. 이 카드는 쓸 때마다 자기 계좌에서 돈이 바로 빠져나간다. 잔액이 없거나 부족하면 자동적으로 카드를 쓸 수 없도록 되어 있어 연체가 생길 여지가 없고 할인이나 포인트의 혜택은 신용카드에 못지않다.

신용카드를 이미 소지한 경우라면, 이를 올바르게 사용하고 있는지를 차제에 되돌아보는 기회이다. 상식이지만 작은 일에 소홀하여 뜻하지 않게 손실을 보는 일은 흔하다. 신용카드를 이용할 때는 자신의 은행계좌 잔액을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자. 확실치 않은 입금은 잔액으로 계산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약속을 지키려 하나 자금이 말을 듣지 않아 실수를 한다.

카드는 가까운 친구에게라도 빌려 주어서는 안 된다. 부모 형제도 마찬가지다. 모든 책임은 빌려준 사람에게 돌아간다. 물건을 사고 서명을 할 때는 금액을 확인하는 것도 명심하여야 한다. 상대의 실수나 고의로 불의의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캠퍼스 생활은 사회에 나가기 전의 일종의 수습기간이다. 이 때는 소비보다는 자신이 쓸 수 있는 돈과 지출의 균형을 맞추는 경제의 연습이 필요하다.

지금이라도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아질 개연성이 있다면 신용카드부터 잘라 버리라고 말하고 싶다. 그게 경제적 선택이다. 그렇다고 카드의 독성을 무서워하여 이를 한사코 피하라는 권고는 아니다. 아무리 편리한 금융 용구(financial tool)라 하더라도 잘못 쓰면 독이 되고 상처를 내는 흉기가 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관리하고 바르게 이용하라는 고언(苦言)을 하고자 함이다. 캠퍼스가 ‘카드제국’의 신민(臣民)이 되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보우 교수
이보우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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