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도 한국인
다시 태어나도 한국인
  • 정시내
  • 승인 2008.04.15 09:03
  • 호수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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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기념도서관의 신문열람실 옆을 우연히 지나치다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 절반, 다시 태어나면 딴 나라서.’

국가청소년위원회에서 전국 중. 고등학생 61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었다. 단 몇 퍼센트가 아니라 절반이라니, 놀란 마음에 기사를 읽기 시작했다. ‘만일 다시 태어난다면 다른 나라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31.6%가 다소 그렇다, 18.2%가 매우 그렇다고 응답했다. 결국 청소년들의 절반이 우리나라를 그다지 자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라의 발전과 자신의 발전을 동일 시 하는가’의 질문에도 역시 절반 가까이가 부정적인 응답을 했다.

어찌 이런 국가관을 가지게 된 것일까. 눈은 신문에 고정한 채로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신의 국적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는 한 것인가. 너무나 생소한 그들의 생각이 얕은 한숨을 자아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번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이렇게 선거할 때에는 남의 일인 양 지켜보기만 하다가 정치를 잘 하는지 못하는지 비판하는 데에는 누구도 빠지지 않는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댓글들을 보면 하나같이 남 탓만 한다. 교육열이 세계에서 두 번째라면 서러운 어머니들은 자식들을 특목고로 보내고자 밤 12시에 끝나는 학원에 보낸다. 이에 따라 밤늦게 귀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일어나고, 경찰은 이를 막기 위해 순찰을 돈다.

세태가 이러하다보니 외국에서도 우리나라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에서 왔다고 하면 친절하게 웃음을 보여주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외면하는 외국인들. 그들의 사상에는 우리나라의 경제수준 뿐 아니라 우리들의 문화 풍토를 낮게 보는 경향도 결코 없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외국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코리안’이라면 대한민국인의 긍지도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 안에서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외치면 그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객관적인 시선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고 어디에 가서라도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민족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제는 회복하여야 한다. IMF 때처럼 금모으기를 하자는 것도,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뭉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유념하자는 것이다. 넘어져도 낙심하지 않고 일어나는 민족, 한강의 기적을 내 가슴에 새기고 살아가자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타인에게도 사랑받듯이 나라에 대한 애정이 있을 때에야 그 나라가 인정받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나라를 생각하는 자세라는 것이다. 우리가 한국을 아끼고자 할 때에 비로소 우리의 도덕관념과 깨끗한 정치, 치안이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세계 속에 인정받는 대한민국이 되고,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아이 모두가 다시 태어나도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싶은 소망을 가지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정시내
정시내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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