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는 2차 대전 이전 대부분 프랑스의 지배 하에 있었는데, 중국을 침공한 일본은 동남아의 자원 확보를 위해 이 지역에 눈독을 들였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를 공략하면서 일본은 서방 식민세력으로부터의 해방을 기치로 내걸고 비교적 쉽게 인도차이나를 장악했다.

하지만 2차 대전에서 패망하면서 일본은 쫓겨 갔고 인도차이나는 다시 프랑스의 지배 하에 들어갔다. 베트남 민족주의자 호치민은 1930년대에 공산주의 민족해방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고, 일본치하에서는 일본과도 싸웠다. 2차 대전이 끝난 다음 그는 1945년 9월 베트남민주공화국을 선포했으나 프랑스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베트남을 북부의 통킹, 중부의 안남, 남부의 코친차이나로 분리하여 각각을 프랑스 국가연합에 귀속시켰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북부 통킹 지역은 사실상 호치민 세력이 장악하여 남부의 공산게릴라를 배후조종했다. 1952년 호치민 군에 대패한 프랑스는 인도차이나 지배를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베트남 문제를 국제회의로 해결할 것을 제안했다. 1954년 제네바 회의 결과 북위 17도선을 경계로 베트남을 잠정 분단하고 2년 후 선거를 통해 통일시키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호치민의 공산세력이 민족주의를 표방했기 때문에 대중적 지지가 높았고, 선거에서 호치민 세력이 승리할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은 베트남에 직접 개입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친미주의자 고딘 디엠을 발탁했고, 그를 중심으로 1955년 베트남공화국이 수립되었다. 결국 통일선거는 치러지지 못했고, 남과 북 사이의 갈등이 전개되는 가운데, 북베트남의 지원을 받은 남쪽의 공산반군 세력은 베트콩을 결성하여 게릴라식 저항을 전개했다.

부패한 디엠 정권이 몰락하고 혼란이 계속되자 미국의 존슨 대통령은 군사적 개입을 결정했다. 그는 1964년 통킹만을 정찰하던 미함정이 공격받은 사건을 과대포장해 미의회에서 통킹만 결의안을 얻어내 본격적인 군사개입을 시작했다. 아울러 한국, 호주 등 동맹국들에게 베트남 참전을 요구해 여러 나라가 베트남전에 개입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전쟁은 장기전이 되었고, 미국의 피해는 더욱 커져갔다. 아울러 반전여론이 미국 내에서 확산되었다. 1969년 대통령에 당선된 닉슨은 소련과의 대결에 중소분쟁을 이용하기로 하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리고 이를 위해 베트남에서의 철수를 모색했다. “아시아는 아시아인의 손으로”라는 구호를 내건 미국은 닉슨 독트린이라 불리는 새로운 정책을 펴나갔다. 이는 곧 베트남에서의 철수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1973년 남북 베트남 사이에 휴전이 발효됨을 계기로 미군은 완전히 철수했다.

하지만 이는 북베트남의 공산통일의 시작이었다. 1975년 1월 북측은 남측을 침공했고, 4월 남베트남의 수도 사이공이 함락되었다. 한편 미국이 한국에게 참전을 요구할 때 한국은 고민했었다. 흔히 동맹에서 발생하는 두 가지 두려움인 연루(連累)의 두려움과 방기(放棄)의 두려움 사이에서 박정희는 불필요한 전쟁에 개입하는 연루의 두려움보다는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방기의 두려움을 더 우려했다.

만약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면 정작 한국이 필요할 때 미국의 지원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한국의 참전 이유는 비단 이런 두려움 때문만은 아니었다. 한국전의 은혜를 갚는다는 명분과 더불어 미국으로부터의 많은 경제적 지원을 약속받았기 때문이었다. 피를 흘리고 인명을 살상하는 전쟁에 참여한 것은 그리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 대가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