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 저축에서 투자로
⑨ 저축에서 투자로
  • 임석필 교수
  • 승인 2008.05.20 11:58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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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본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미 있는 현상 중의 하나가 주식과 펀드 투자 열풍이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저축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로 이동”이라고 설명한다. 저축은 현재의 소비를 미래의 소비로 이전하는 것으로 은행 정기예금이 대표적인 저축 수단이다.

투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며 주식 투자가 대표적인 투자 수단이다. 위험에 대한 태도는 개인의 DNA처럼 개인마다 다르다. 하지만 “저축에서 투자로”와 같은 사회 현상은 사람들이 더 많은 위험을 부담하면서 자산의 소유가 고위험-고수익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별안간 인간의 위험 DNA가 바뀌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는 왜 발생했으며, 변화의 추세는 계속될 것인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우리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이해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위험에 대한 태도와 자산 보유 구조의 변화는 우선 출산율 감소와 인구 증가의 정체, 수명 연장과 고령화, 경쟁 심화와 고용 불안 등과 같이 현재 한국에 진행되고 있는 사회·경제의 변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소득 수준(영양 섭취)의 향상과 의술의 발달 등으로 한국인(남한)의 평균수명은 경이적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반면 ‘대학 5년, 어학연수, 취업재수’와 같은 용어에서 알 수 있듯이 교육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는 점차 늦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고용 불안으로 퇴직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퇴직 시점도 앞당겨지면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경제활동기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늘어난 수명과 짧아진 경제활동기간은 결국 근로소득 없이 살아야 하는 노후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후에 충분한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현실은 호의적이지 않다. 저출산에 의한 인구의 정체(또는 감소), 경제활동기간의 단축, 고령화 등은 결국 적은 사람이 짧은 기간 동안 연금을 납입하는 반면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연금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연금의 고갈은 시간문제이며 연금이 안전한 노후대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연금개혁을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회적인 방어망인 연금이 적절한 대책이 될 수 없다면 개인적으로 방어망을 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개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본시장에서 “저축에서 투자로”와 같은 변화는 개인들의 위험에 대한 태도가 본질적으로 바뀌어서라기보다는, 사회 전반에 걸쳐 위험이 증가하고 위험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위험에 대한 민감도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위험을 피할 수 없다면 위험의 내용을 이해하고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이 말은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과 정부에도 적용되는 말이다. 여러분에게 여유 자금 1000만 원이 있다면 노후를 위해 이 돈을 어떻게 운용하겠습니까?

임석필 교수
임석필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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