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⑫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 김정아 기자, 김유진 기자
  • 승인 2009.01.05 09:28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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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아 기자의 '진실'
자신의 삶과 마음을 투영하는 거울로의 여행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 시간이 정지한 하늘의 호수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은 시인 류시화의 10년 간 열 차례에 걸친 인도 여행기의 첫 번째 수필집이다. 무언가에 이끌려 방랑처럼 떠났던 여행이 시인의 삶에 대한 철학을 다시금 깨우쳐주었고, 10년, 어느덧 그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글을 고르고 다듬는 데에만 3년이 걸렸을 정도로 저자가 만난 인도와 사람, 그 인생의 세계는 너무나도 방대하다. 그러나 이는 학문적인 ‘사상’이 아닌, 눈앞에서 펼쳐지는 인도인들의 실제 삶으로서, 하나하나의 이야기로서, 우리의 것이 된다. 개개인의 사정에 의해 버스나 기차가 아무리 길게 연착하더라도, 인도인 승객들 중 단 한명도 분노하거나 재촉하지 않는다. 정해진 운명은 걱정하고 화낸다고 해서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평화로운 마음을 갖는 현명한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가 만난 인도인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당당하고, 낙천적이며,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은 형식과 도구적 가치에 얽매여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생각하는 인생’의 의미를 상기시킨다. 현대의 삶은 우리에게 ‘쉼’을 허락하지 않는다. 4당 5락의 학업경쟁, 취업전쟁,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이 공부하고 일해야 이 사회에서 도태되지 않는다.

결국은 여유로운 삶을 목표로 돌진하면서도 여유를 버리는 모순 속에서, 지금의 우리에게 여유는 게으름의 표상, 또는 소위 가진 자들의 사치가 되어버렸다. 한 인도인은 “당신들은 왜 부지런히 일하지 않느냐?”는 저자의 질문에 “당신들은 왜 쉬지 않는가”라고 반문한다. 스스로가 만든 바쁜 굴레 속에서 우리는 진정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시간 따위는 모두 배제해버린 지 오래다.

인도의 한 성자는 말한다. “그대를 구속하고 있는 건 다른 누구도 아닌 그대 자신임을 잊지 말게. 그대만이 그대를 구속할 수 있고 또 그대만이 그대를 자유롭게 할 수 있어.” 여행은 어떠한 속박을 벗어나는 여유로움의 계기이며, 철학이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소소한 일상에서 자기가 느끼고 배운 인생에 대한 작은 깨달음하나도 철학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저자의 여행을 따라 시간이 정지해있는 듯한 ‘인도’라는 다른 차원의 세계로 떠난다. 시인의 특별한 감성으로 바라본 그들의 일상에서 나는 바로 ‘나’의 삶에 대한 성찰의 순례자가 된다. 저자는 “낯선 세계로의 떠남을 동경하는 것은 외부에 있는 어떤 것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함”이라고 말한다. 부랑자조차도 현자인 나라! 인도는 모든 허위허식과 삶의 버거움, 각박한 사회와 우리가 만든 무형의 감옥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게 할 것이다.

김유진 기자의 '진심'
우리와 다른 삶을 보여주는 인도인의 이야기 위로는 되지만 해답은 될 수 없는 안타까움 

최근 스스로 삶을 제대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처음엔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삶을 바쁘게 살아가는 것은 부지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욕심을 낼수록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갔다. 몸과 마음이 지치면 작은 불행에도 마음이 번잡해진다.

그래서인지 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을 보며 인도인과 같은 사상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책에 소개된 그들의 삶은 마음의 여유가 가득해 보였다. 무엇보다 그들은 나처럼 바쁘게 살아가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강한 욕심도 없고 불행한 순간에도 그 불행이 운명인 듯 살아가고 있었다.

책속 작가가 인도인에게 ‘당신들은 왜 부지런히 일하지 않느냐’고 묻자 ‘당신들은 왜 쉬지 않는가’라고 대답한다. 이런 인도인의 대답은 부지런한 삶을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내가 부지런한 삶을 사는가에 대한 답을 아는 것도 중요하단 걸 보여줬다.

얇은 책에 담긴 32가지 에피소드엔 작가가 인도를 여행하면서 겪은 일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보여준다. 각각의 이야기엔 인도인들의 독특한 가치관과 사고방식들이 담겨있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의 인생관을 닮아 살고 싶어진다.

그러나 만약 현실에서 인도인이 내게 ‘당신은 그래도 바쁘게 살면서 자신을 괴롭힐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가 내 대답에 놀라 ‘어째서 자신을 힘들게 할 정도로 욕심을 내는가? 당신이 하고 있는 어떤 일도 당신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이어 말한다면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그가 한말은 옳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서 인도인들이 말하는 당연한 진리들을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모두 적용하며 살아갈 수 없다. 왜냐면 난 인도인이 아니고 여기는 인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책 속에 담겨있는 인생의 해답처럼 들리는 대화들은 위로는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해답이 될 수 없었다. 이 책이 기행문이라고 하기엔 너무 비현실적이고 교훈서라고 하기엔 현실적용이 불가능한 것이라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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