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과 10% 절약
‘춘래불사춘’과 10% 절약
  • 김상홍(한문교육) 부총장
  • 승인 2009.03.03 22:45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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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의 절세가인이었던 이집트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인 클레오파트라 7세가 꽃다운 스물 한살의 나이로 자살하기 3년 전인 BC 33년에 중국 한(漢)나라에 있었던 일이다. 중국 역사상 4대 미인(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의 하나인 왕소군은 원제의 궁녀였다.

그러나 원제의 사랑을 한 번도 받지 못하고 흉노와의 화친정책, 즉 정략의 도구가 되어 흉노왕 호한사선우에게 시집을 갔다. 그녀의 비극은 계속된다. 흉노왕과 낳은 두 딸 중 하나인 수복거차는 왕망이 평제를 대신하여 정권을 농단할 때, 태황황후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 한나라에 바쳐졌다.

이들 모녀는 외교용으로 희생을 당한 비극의 여인들이다. 이런 왕소군의 비극적인 삶을 후세의 시인 당나라 동방규는 「소군원」에서 “오랑캐 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네/ 저절로 허리띠가 느슨해졌나니/ 허리 가는 미인이 되고자함이 아니었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自然衣帶緩 非是爲腰身)라고 노래했다.

시집간 오랑캐 땅에도 봄은 왔으나 사막이라 화초가 없어 봄 같지 않다고 하면서 왕소군이 고국을 그리워하며 시들어간 것을 슬퍼한 시이다. 겨울이 가고 새봄이 왔다. 그러나 우리 곁에 봄은 왔으나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하여 봄이 온 것 같지 않다.

경제 한파로 문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우리는 ‘춘래불사춘’의 엄연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극복하려는 방안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우리 대학은 쓰나미처럼 불어 닥친 세계적 경제위기로 학부형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분담하고 동참하는 뜻에서 지난 1월 14일 교무위원회를 열어 2009학년도 등록금을 동결했다. 대학 당국은 이어서 교직원의 봉급을 동결했다.

그러나 2009학년도 교육과 연구 및 장학금 관련 예산은 오히려 늘였다. 3월 1일자로 36명의 신임교수를 초빙하여 교수 확보률을 높였고, 장학금과 연구비는 작년보다 증액했다. 장학금은 지난 학기부터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하여 수혜액을 높였고, 국제유명학술지와 학진등재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 대한 연구장려금을 대폭 높였다.

또한 대학원생들의 연구보조 장학금을 교수 부담 20%와 대학 부담 80%에서, 등록금 전액을 대학에서 지급하도록 하고 수혜자를 늘였다. 다시 말하면 등록금 동결과 함께 교직원 봉급은 동결했으나, 교육과 연구 및 장학금 관련 예산은 오히려 증액했다.

또한 대학발전협의회(죽전 부총장, 기획실장, 양캠퍼스의 학생지원처장과 총학생회장 및 간부로 구성)는 그동안 4차에 걸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합의된 내용 중 중요한 것은 전시적 소모성 행사를 일체 지양하고, 빈 강의실 불끄기 등 절약운동을 통하여 경제위기 극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했다.

죽전 캠퍼스의 한 달 전기요금이 1억 2천여만원이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소등한다면 양캠퍼스에 적지 않은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다. 이렇게 절약된 돈은 대학발전과 구성원들을 위해 사용될 것이다. 빈 강의실 불끄기와 이면지 사용 등 아주 사소한 것부터 구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실행한다면 경제적인 ‘춘래불사춘’을 극복할 수 있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봄은 왔으나 경제적인 봄은 오지 않았다.

1950년대 국민소득이 67달라에 불과했던 가난한 시절에도 우리 어머니들은 ‘좀도리’를 했다. ‘좀도리’란 밥을 하기 전 쌀을 퍼와 씻기 전에 한 줌의 쌀을 덜어내어 부뚜막의 작은 단지에 모아두었다가 이 쌀로 남을 도와주었던 것을 말한다.

우리가 ‘좀도리’ 정신을 실천해야하는 당위성은 경제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밥을 하기 전 한 줌의 쌀을 덜어내는 ‘좀도리’를 하거나, ‘좀도리’를 하지 않아도 식구들의 한 끼 식사가 해결된다는 점이다. 문제는 절약된 ‘좀도리’ 쌀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사실이다. 우리 대학은 창학 이후 62년간 숱한 시련을 겪고 오늘의 대단국으로 우뚝 섰다.

‘좀도리’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경제위기를 무사히 넘겨야 한다. 우리 대학은 3월 1일부터 어려운 시절에도 남을 도왔던 ‘좀도리’ 정신을 계승발전시켜 예산 ‘10% 절약운동’을 전개한다. 교수 직원 학생 모두가 흔쾌히 ‘10% 절약’ 운동에 동참하리라 확신한다. 우리에게 경제적 ‘춘래불사춘’을 극복하고 대학을 발전시킬 책무가 있다.

김상홍(한문교육) 부총장
김상홍(한문교육) 부총장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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