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배우는 경제 상식] ①아담 스미스의 경제사상
[쉽게 배우는 경제 상식] ①아담 스미스의 경제사상
  •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 승인 2009.03.03 23:06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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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시장주의의 게임규칙 처음으로 정연하게 제시

18세기는 산업혁명과 함께 유럽경제가 급격하게 물적인 외연확장을 이루던 때였다. 이 시기에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는 자본주의, 시장주의라는 게임규칙을 처음으로 질서 정연하게 제시하면서, 이기적인 개인의 경제활동이 어떻게 공공의 선으로 총합되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한 최초의 사람이다.

즉, 중세에 이르기까지 죄악시되었던 인간의 탐욕, 이기심에 기초한 경제적인 욕망의 분출이 일방적인 해악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부를 증대시키는 사회적 선(善)임을 주장하였던 것이다. 이후 억눌렸던 부에 대한 욕망이 사회 전 분야에 거침없이 끓어 넘치면서 자본주의가 개화하기에 이르렀고, 그의 주장은 경제학계를 지배했으며, 200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변함없는 경제학의 기본원칙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10여년의 장구한 세월에 걸쳐 완성한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에서 스미스는 경제학을 최초로 이론·역사·정책에 걸친 체계적 과학임을 설파하였다. 그의 중상주의 비판은 당시 영국의 자유통상정책으로서 구체화되기도 하였다.

그는 부를 금·은만이 아니고 모든 생산물이라 규정하고, 나아가 노동생산성 향상이 국민의 부를 증대시키는 첩경이며, 이를 위해서는 생산에서의 분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았다. 또한 근대인의 이기심을 경제행위의 동기로 보고 이에 따른 경제행위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종국적으로는 공공의 복지에 기여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생산과 분배에는 자연적 질서가 작용하여 저절로 조화되어 간다고 하는 자연법에 의한 예정 조화의 사상을 설파한다. 한편 그는 보이지 않는 손을 신봉하였지만 자본가와 상인들의 탐욕에 대해서는 절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경제학자이지만 한편으로는 ‘도덕감정론’(The Theory of Moral Sentiments, 1759)을 저술한 윤리학자이자 철학자이기도 했다.

그는 모든 개인이 본인의 행동을 공명정대한 관찰자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것을 권장하였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중상주의 보호무역과 상업제조업 길드의 독점권을 비판한데 이어 국가개입의 최소화를 주장하였다. 국가는 평화, 까다롭지 않은 조세, 관용적인 사회정의 구현 등에 헌신하고 나머지는 원자적인 존재로서의 개인에게 맡기라고 설파하였다.

이상에서 언급한 방대한 국부론에 나타난 핵심가치는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첫째는 자유방임주의를 설명한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모든 개인들이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면 보이지 않는 손의 인도를 받아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 즉 공익이 증대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그 작동원리를 신뢰하면 대부분 문제는 저절로 풀린다는 것이다.

둘째는 분업의 중요성이다. 그는 저 유명한 핀공장 사례를 통해 생산을 전문화·분업화 하는 것만으로 생산량을 급증시킬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분업에 대한 고찰은 후일 칼 맑스 등 유물론이나 공산주의 사상에도 일정부분 맹아 구실을 했다. 오늘날 생산성 향상을 외치는 대부분 중소기업들도 역시 그의 논리에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에서 촉발된 금융위기가 세계경제를 강타하자 일각에서는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한 맹신이 과도한 탐욕과 어우러져 위기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비판은 그가 최선의 경제활동이 인간 이기심에만 의존했다고 단언하는 신자유주의식 해석만큼이나 온당치 않다.

현대에서 그는 ‘시장’을 무조건 신봉하는 한쪽 얼굴로만 비춰지고 있다. 그러나 그가 항상 농민과 가난한 노동자를 위한 ‘공정성’을 함께 외쳤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불행하게 많지 않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위기에 즈음하여 농민과 노동자를 생각하고 자본가의 탐욕을 경계했던 스미스의 또 다른 한쪽 얼굴에도 보다 절실한 조명이 요구된다 하겠다.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琴湖 신용수(경제)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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