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문 열린 자과대 매점, 16만원어치 무인판매
휴일 문 열린 자과대 매점, 16만원어치 무인판매
  • 도우리 기자
  • 승인 2009.08.02 20:48
  • 호수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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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가 되다

“육개장 750원, 유자C 1000원, 스위티 에이드 1000원, 값 잘 몰라서 1000원으로 통일했어요. 값 다르면 나중에 드릴 게요^^;;”, “아저씨 자리에 계시지 않아서 대충 계산하구 가요~ 대충 5900≒6000 드려용….”
지난 4월 19일, 자연과학대 매점은 ‘주인 없이’ 16만원어치를 판매했다. 사연의 시작은 매점 문이 잠겨있지 않은 것에서부터였다. 오후 6시쯤 경비아저씨의 연락을 받고 매점 아주머니가 매점에 왔을 땐 계산대에 돈과 메모지가 흩어져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자세히 보니 물품명과 액수가 적혀져 있더라구. 알고 보니 학생들 자체적으로 물건을 가져가고 돈을 낸 거야. 그걸 안 순간 얼마나 감동했는지”라며 학생들에 대한 고마움을 반복해 전했다.

그날 매점의 모습과 계산대를 찍은 권선미(화학·3) 양은 “처음엔 학생들이 우왕좌왕했다”며 “그런데 어떤 학생이 계산대에 돈을 놓고 가기 시작하자 다른 학생들도 따라서 놓고 가고, 또 어느 학생이 쪽지를 놓고 가기 시작하자 그렇게 쌓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쪽지를 남겼던 이종민(분자생물·2) 군 역시 “계산하려 할 때 이미 쪽지가 놓여있었다”며 “맨 처음 돈을 놓기 시작한 사람이 이번 미담의 주인공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점 아주머니·아저씨, 재학생들은 이런 미담이 일어난 요인을 ‘상호신뢰’로 꼽았다. 매점  아저씨는 평소에도 거스름돈을 줄 때 직접 집어가게 하고, 돈이 모자라면 다음에 가져오도록 한다고 했다. “우리가 파는 대부분은 먹는 건데 학생이 배고파 먹는 걸 막을 순 없지”라며 외상도 흔쾌히 해준다고 한다.

한편 설득심리학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언론영상학부 김연종 교수는 “평소 매점 남매와 학생들 간의 친근했던 관계가 이런 미담이 생길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이었을 것”이라며 “먼저 누군가가 메모를 하고 돈을 놓아둔 것이 다음 사람들의 행동을 자연스럽게 유도한, 이른바 동조행동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세상이 각박해 이런 일을 뜻밖이라고 받아들이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매점 아저씨는 “돈이 정확히 계산되었는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학생들이 그렇게 했다는 자체만으로 정말 고마워”라며 “학생들에게서 ‘따뜻한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도우리 기자
도우리 기자

 wrdoh@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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