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은 픽션일 뿐 오해하지 말자
픽션은 픽션일 뿐 오해하지 말자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9.08.13 20:00
  • 호수 12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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⑫ <천사와 악마>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가 지난 06년 영화화 된데 이어 <천사와 악마>도 같은 감독인 론 하워드를 통해 스크린에 올라왔다. 이 두 책(영화)은 모두 로버트 랭던이라는 기호학자가 주인공이며 이어지는 내용도 있어 로버트 랭던 시리즈라고도 할 수 있긴 하지만 서로 읽지 않아도 두 작품의 이해에 무리는 없다. 영화로는 <천사와 악마>가 늦게 나와 후속편처럼 보이지만 본래 소설 상으로는 <천사와 악마>가 먼저 나왔다.
<천사와 악마>는 지난 14일 전 세계 동시개봉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이 영화에는 재미있는 비밀이 하나 있다. 영화의 내용은 고대 비밀결사인 일루미나티와 로마 교황청과의 갈등을 다룬 미스터리 이야기이다. 때문에 영화의 배경은 당연히 로마, 교황청이 있는 바티칸이지만 이 영화는 바티칸에서 찍지 않았다. 스크린에서 보인 그 거대하고 웅장한 교황청의 모습은 진짜 교황청이 아닌 세트장었던 것이다. 심지어 영화에서 궁무처장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던 이완 맥그리거는 한 번도 로마에 가지 않고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영화의 주요장면이 촬영된 세트장의 모습

어째서 그랬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로마교황청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전편인 <다빈치코드> 때에도 그랬지만 <천사와 악마> 역시 종교적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문제 때문에 소설로 나왔을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영화는 <다빈치코드> 때 있던 종교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소설의 자극적이고 중요한 부분을 모두 각색해서 보여줬지만 기본적인 틀은 바뀌지 않아 촬영하는 도중 이런 에피소드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픽션은 픽션이다. 애초에 도시를 파괴할 수 있는 거대 폭발물이 만들어진 날 3명의 추기경이 살해되고 그 폭탄은 터지고 마지막엔 교황까지 선출되는 이 모든 과정이 하루사이에, 그것도 단 몇 시간 동안 이뤄졌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영화의 상황을 보면  성당 건물이 배경으로 나오는 것조차 허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교황청의 융통성 없는 처사처럼 보인다.
물론 찜찜하긴 하다. 한 종교를 근거 없는 이야기들을 모아 그럴듯하게 헝클어 놓은 점이 그렇고 영화 앞이나 뒤에 ‘이 영화의 인물, 설정은 모두 픽션임을 밝힙니다’라는 문구 하나 없었다는 점도 그렇다. 사실 사제가 교황을 살해하는 것이나 교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내용을 보면 교황청이 스크린에 화살을 쏘는 것이 이해 못할 일은 아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오는데 뒤에 있던 여고생들이 “근데 지금도 실제로 일루미나티가 있는 거야?”고 웅성대고 있었다. ‘학생들, 그거 다 거짓부렁이에요’라고 참견 대신 “다 거짓말인데 진짜 같다. 그지?”하며 함께 온 친구에게 괜히 큰소리로 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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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j9014@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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