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세상과의 대화 - 중국 (하)
⑤세상과의 대화 - 중국 (하)
  • 김정아 기자
  • 승인 2009.08.19 17:30
  • 호수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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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으로 타인의 삶을 살고, 나를 제 3의 시각으로 보는 진짜 여행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영토와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 그 역사와 문화유산 또한 거대하다. 그 규모와 표현양식도 놀랍거니와 벽돌 하나하나에 담긴 제국의 흥망성쇠가 눈앞에 펼쳐져 장대한 경관을 자아냈다. 어딜 가나 세계 각국에서 이를 찾아온 관광객들과 기념품판매상으로 북적였다. 하지만 인상 깊었던 것은 한껏 그 위엄을 뽐내는 전설과도 같은 역사와 건축물들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자산은 과거에 머물러있지 않았다. 산동성 취푸시 공묘에서 만난 공자학교 운영자는 중국 현자의 사상을 전통이 아닌 현대사회의 병폐를 해결하는 새로운 철학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소림사에선 거대한 고목나무에 과거 고승들이 뚫었다는 손가락 모양 홈이나 기수련으로 일그러졌다는 땅보다 창을 휘두르며 우슈를 연습하고 있는 쿵
푸영재들이 더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들이 바로 중국의 전통을 세계에 알릴 살아 움직이는 ‘역사’인 것이다.
 여행의 중반, 베이징의 거대한 백화점과 회사들, 청도의 고층 아파트 단지는 21세기의 자금성과 같이 한 시대를 지배하는 황제의 영화였다. 그리고 이름 모를 오지의 오두막 또한 중국이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느낀 것이 우리나라에서도 느끼던 빈부격차의 심각함, 교육과 기회의 평등, 부의 재분배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의 심각함 만은 아니었다. 낡은 옷을 입고 길을 안내해준 조선족은 대도시의 누구보다 친절했으며, 100원도 안 되는 빵과 죽으로 아침을 파는 아주머니의 얼굴은 온화했다. 그들의 그 손이 너무나도 따스해, 난 중국의 오지에서 진짜 삶과 인간을 보았다. 누가 더 비싼 옷을 입지 못했다고, 더 비싼 집에서 살지 못한다고, 더비싼 차를 갖지 못한다고 그들의 환하게 웃는 얼굴이 불행하다 할 수 있겠는가.

 의도한 일은 아니지만 한 밤에 기차를 놓쳐 역에서 신문지를 덮고 비둘기 틈에서 노숙을 하고, 아침엔 공원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중국 전통음악을 들으며 기체조를 하기도 했다. 여과 없이 일자로 흐르는 물줄기에 칸막이로만 구성된 역 화장실에서 앞사람들의 변을 다 보았으며, 만원 3등칸 기차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어린아이의 오줌줄기를 피해가며 무려 10여 시간을 지내기도 했다. 중국에 녹아들어 중국 그 자체를 하나도 빠짐없이 온몸에 담았다.

1인칭으로 타인의 삶을 살고, 나를 제 3의 시각으로 보는 진짜 여행. 그것은 항상 어떤 방법으로든 당신을 성장시킬 것이다. 나는 계속해서 또 다른 내 모습을, 그리고 세상을 보게 해 줄 새로운 여행을 기대한다.

김정아 기자
김정아 기자

 wjdd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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