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사 조의 방문단’ 파견, 관계개선 발판 되어야
‘특사 조의 방문단’ 파견, 관계개선 발판 되어야
  • 임재형(분쟁해결연구센터 연구교수)
  • 승인 2009.09.05 02:54
  • 호수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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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특사 조의 방문단’이 남한을 방문하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면담하면서 김 위원장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하고 돌아갔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하루 뒤인 8월 19일 조전을 보내 ‘애도의 뜻’을 표시하였다.

이는 현대그룹과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가 8월 17일 남북 교류협력사업 전반을 복원하기로 합의한 ‘공동보도문’을 발표하고 북한에 억류중이던 현대아산 직원이 석방된데 이어 나온 것으로서 경색국면의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1998년 6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떼 500마리를 몰고 북한을 방문하면서 개선되기 시작하였다. 이후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북포용정책과 2000년, 2007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에 힘입어 크게 발전되었다.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 및 개성 관광이 시작되었으며, 6.25 전쟁 이후 반세기 동안 끊겼던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었다.

민관협력이 관관협력을 유발하고 이것이 다시 민관협력을 증대시키는 선순환 구조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이러한 남북관계 발전의 중심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있었다. 그러나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이 북한군에 의해 피격 사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었다. 그리고 11월 24일 ‘비핵·개방·3000’으로 요약되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난하면서 개성공산 사업 축소를 요구하는 북한의 ‘12.1조치’로 인하여 개성 관광도 중단되었다.

또한 북한은 2009년 3월 한미연합 군사훈련인 ‘키리졸브’를 구실로 개성공단 육로통행 제한 조치를 취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2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으로 인하여 당국자 간 대화가 단절되고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이러한 시점에서 북한은 조문단 파견을 기회로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남한을 방문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다.

조문단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는 김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올해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등 거의 모든 공식활동을 수행하고 있으며 대남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으로서 대남정책을 총괄하고 있으며,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위원회 실장은 최근 현대그룹과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대남정책의 핵심 실무자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의 대남정책 결정에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조문의 형식을 빌어 남한을 방문한 것을 볼 때, 조문 이상의 정치적 의도가 내포되어 있음으로 엿볼 수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과 경고에도 불구하고 2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함으로써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아왔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따른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지난 8월 5일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을 계기로 억류중이던 미국 여기자 2명을 특사 형식으로 석방함으로써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였으며, 현정은 회장의 방북을 계기로 현대아산 직원도 석방하였다.

다만 김 위원장의 조전과 조문단 파견을 통일부 등 남한 정부가 아닌 김대중 평화재단이라는 민간 측에 통보한 것은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북한이 남한과의 관계개선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면서도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을 불신하고 있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남한 내에서는 북한의 이러한 행태 속에 ‘통민봉관(通民封官: 민간과는 교류하고 당국 간 대화는 하지 않는 것)’의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북한의 조문단 파견을 남북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실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남한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한반도 신 평화구상’과 취임 후 북한과 가진 첫 고위급 접촉의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당국자 간 대화를 확대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남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북한을 붕괴시키려는 반북정책이 아니라 남북한이 호혜적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경제발전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지원하려는 ‘상생과 공영의 정책’이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설득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도 정말로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금강산 관광객 피격과 같은 불행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하고 진상을 명확히 밝히는 등의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남북한의 화해협력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헌신했던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길일 것이다.

임재형(분쟁해결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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