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리출석
(22)대리출석
  • 최호진(법학) 교수
  • 승인 2009.11.24 21:24
  • 호수 12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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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 대신 해주면 업무방해죄 성립

[최호진(법학) 교수의 생활재판소]



김단국은 오후 A교수의 수업에 들어가기 싫었다. 수면제폭격기라는 별명을 가진 A교수의 수업시간에 그는 거의 졸다가 마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과친구 박단웅에게 대출(대리출석)을 부탁하였다. 부탁을 받은 박단웅은 A교수가 출석을 부르고 있을 때 마치 자신이 김단국인 것처럼 목소리를 바꾸어 대답하였다. 그러자 A교수는 김단국이 출석을 안했는데도 불구하고 누군가 대신 대답을 하였다고 말하였다. 들킨 것이다. 박단웅은 모른척하고 있었으며, 결국 김단국은 당일 수업이 결석으로 처리되었다. 박단웅과 김단국은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이 사례의 경우 박단웅에게 문제되는 범죄는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죄 또는 제137조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이다. 업무방해죄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로 5년이하의 징역이나 1천5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방해죄의 업무는 사람의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반복적으로 행하는 사무를 말한다. A교수가 출석을 부른 것은 대학교수라는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행하는 사무에 해당되기 때문에 업무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대학수업의 경우 출석을 해당과목의 성적평가에 활용하기 때문에 그 업무의 중요성은 상당하다. 우리 대학의 경우에는 사립대학이기 때문에 사업무(私業務)에 해당하여 업무방해죄가 문제가 되지만, 국공립대학이라면 출석을 부르는 것은 공무(公務)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가 된다.

사례의 경우에는 위계를 사용한 경우에 해당한다. 위계라 함은 행위자의 행위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상대방에게 오인, 착각 또는 부지를 일으키게 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A교수에게 김단국이 출석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출석한 것으로 오인하게 하여 이를 이용한 것에 해당한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사례의 경우 박단웅이 대리출석을 하다가 결국 발각이 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업무가 방해가 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김단국은 결국 결석으로 처리되었기 때문에 실제로 방해된 업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이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면 족하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따라서 박단웅에게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

또한 박단웅에게 대리출석을 부탁한 김단국에게는 교사범이 문제된다. 교사범은 타인을 교사하여 타인에게 범죄실행의 결의를 생기게 하고 이 결의에 의하여 범죄를 실행시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김단국에게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의 교사범이 된다.

대학에서 대리출석이 만연한 것을 자주 본다. 출석점검을 하는 교수님 또한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교수님이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는다고 하여 자신의 대리출석행위가 허용된다고 오인해서는 안되며, 단순한 윤리적인 문제라고 가벼이 처리해서는 안된다. 살펴본 바와 같이 대리출석행위는 명백한 범죄행위이다.

최호진(법학) 교수
최호진(법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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