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과학
김치의 과학
  • 이봉우(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9.12.01 18:14
  • 호수 12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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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늦가을이 되면 어머니들께서는 김장을 담그십니다. 최근 슈퍼마켓에서도 김치를 팔고 있기 때문에 김치를 사먹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지만, 대부분의 가정에서는 겨울을 맞이해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바로 김장입니다.

가족들의 입맛과 건강을 위해서 직접 배추를 고르고, 고추를 말려 고춧가루를 만들어 김치를 마련합니다. 한겨울 땅속에 파묻은 김장독에서 살얼음이 껴있는 김치를 꺼내 숭숭 썰어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밥 위에 얹어 먹는 김치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입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김치는 한국인의 식단에 빼먹지 않고 오르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음식입니다. 최근 신종플루 때문에 걱정이 많은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종플루에 강한 것도 김치 때문이라고도 하고, 암에도 김치가 좋다는 말도 합니다. 바로 이 김치에도 여러 가지 과학이 숨어 있습니다.

요즘에는 외국인들도 김치를 좋아한다고 하지만, 김치가 외국인에게 느껴지는 가장 첫 인상은 바로 맵다는 것입니다. 김치가 매운 이유는 바로 고춧가루 때문이죠. 고추에 들어있는 캡사이신 성분 때문인데, 이 성분이 위액분비와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입맛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김치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것은 18세기 이후의 일이면 고추가 쓰이기 전에는 맨드라미꽃을 넣어 붉은 색을 내기도 했다고 합니다. 김치를 담그기 전에 해야 할 일 중 첫 번째는 바로 소금물에 배추를 담그는 일입니다. 소금물에 배추를 절이는 모습을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이때 삼투작용이 일어납니다.

소금물의 농도가 배추의 농도보다 높기 때문에 배추 속의 수분이 빠져나와 김치 담그기에 적절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김치의 맛과 향기는 주로 김칫국물에 들어있는 향미성분의 삼투로 빚어지는데, 삼투작용이 빨리 일어나게 하기 위해서 배추를 소금에 절이는 것입니다.

즉 소금과 부재료에 의한 용해 성분이 많아 삽투압의 차이가 클수록, 또 온도가 높을수록 김치가 빨리 익게 됩니다. 삼투압현상이란 반투막을 통해서 농도가 높은 곳에서 농도가 낮은 곳으로 물이 이동하는 현상으로 식물의 뿌리에서 물을 흡수하는 원리도 바로 이것과 같습니다.

김치를 다른 음식과 비교할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발효식품이란 점입니다. 우리나라 음식을 발효과학으로 설명하곤 하는데, 된장과 함께 김치가 바로 대표적입니다. 이때 미생물의 번식이 빨라지면 김치가 시어지는데, 소금의 농도를 통해서 이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장을 담글 때 늦게 먹을 김치에는 소금을 조금 더 넣는 것도 바로 미생물의 번식을 억제하여 김치의 숙성 정도를 조절하는 목적입니다. 예전에 시골에서는 어머니께서 김장을 담그면 아버지께서는 마당 한 구석을 파서 김장독을 묻었습니다.

겨울철에 일정한 온도를 유지시켜주어 김치가 얼지도 않고 시지도 않은 적절한 상태를 만들기 위함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김칫독을 묻을 곳을 얻을 수 없습니다. 또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온도가 충분히 낮지 않아서 맛있는 김치를 먹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개발된 것이 김치냉장고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가전제품입니다. 김치냉장고가 다른 냉장고와 다른 것은 직접냉각방식이라는 점입니다. 냉장고는 냉기를 뿜어냄으로써 냉장을 하는데 김치냉장고는 냉장실 자체를 차갑게 만들기 때문에 온도를 제어하는데 더 좋기 때문에 김치를 보관하는데 더 유리하답니다.

이봉우(과학교육) 교수
이봉우(과학교육) 교수

 peak@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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