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임란 때 왜군 물리친 명나라 장수 이여송
(42)임란 때 왜군 물리친 명나라 장수 이여송
  • 김문식(사학) 교수
  • 승인 2010.05.18 13:41
  • 호수 1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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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에 대한 의리를 지키며 이여송의 회갑을 기념

 

말세에 춘추(春秋)의 대의를 읽을 곳이 없지만 저 명나라의 북경을 바라보면 훌륭한 분들에 대한 생각을 그만둘 수가 없다. 현재의 실제적 정사로는 그 후손을 돌봐주면서 한편으로 명나라를 존중하는 생각을 위로하고, 한편으로 회갑이 되는 날을 기념하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 이 제독의 후손인 이원을 발탁하여 병사(兵使)에 제수하라.


옛 사람(송시열)은 벽 틈에 있는 거미도 사랑하였는데, 거미 ‘주(蛛)’자가 주자의 ‘주(朱)’자와 음이 비슷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게다가 제독의 선조는 본래 우리나라에서 나왔는데, 공의 후손이 근본으로 돌려 우리나라로 왔으니 이것부터가 이미 기이한 일이다. 몇 년 전에 북경의 서점에서 족보를 사와서 그의 집에 주고 신주를 만들어 영령을 모시도록 하였는데 어찌 우연한 일이라 하겠는가? 강세작(康世爵)의 후손은 중국 출신인데도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을 영구히 군직(軍職)에 임명한 전례가 있는데 하물며 이 집안에 있어서이겠는가?


이후로는 이 집의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이 관직이 없으면 당상관 이상은 품계에 따라 가설(加設)한 중추부의 직함을 주고, 당하관 이하에서 벼슬하지 않는 사람까지는 사과(司果) 벼슬을 주도록 하라. 이것은 내가 뜻을 세워 규정을 만든 것이 아니라 열조(列朝)의 훌륭한 뜻을 이어 가려는 일인 것이다. 이러한 뜻을 제사를 주관하는 사람에게 알리도록 하라.

 

▲이여송 부대와 왜군이 충돌한 벽제관 전투.

1789년(정조 13) 12월에 정조가 작성한 ‘이여송 제독의 후손인 이원을 발탁하여 병사에 제수하라는 명령(李提督如松孫源擢授兵    敎)’이다. 명나라 장수인 이여송은 임진왜란 때 4만여 명의 군대를 이끌고 조선으로 와 왜군이 점령하고 있던 평양성을 탈환한 공적을 세운 인물이다. 그런데 명나라가 멸망하자 이여송의 후손들이 조선으로 이주하였고, 이원(李源)은 조선에서 이여송의 제사를 모시는 후손이었다.


정조가 이 명령을 내린 날짜는 12월 11일인데, 240년 전인 1549년에 이여송이 태어난 날이었다. 정조는 이날 임진왜란 때 조선을 구원한 명나라 장수들을 모신 사당인 선무사(宣武祠)와 무열사(武烈祠)에 제문을 내려 제사지내게 했고, 특별히 이여송의 후손인 이원을 관리로 발탁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정조는 춘추의 대의를 읽을 곳이 없다고 했는데, 중원을 차지하고 있는 청나라를 물리치고 명나라를 회복시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조는 조선으로 이주한 명나라 유민들을 잘 돌보아 주는 것이 명나라에 대한 의리도 지키고, 네 번째 맞이하는 이여송의 회갑도 기념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정조는 이여송의 선조가 원래 조선인이었으므로 그 후손이 조선으로 귀화한 것은 고향으로 되돌아온 것으로 해석했다. 이여송의 선조인 이영(李英)이 조선인으로 있다가 명나라에 귀화한 일을 말하는데, 성주 이씨였던 이영은 요녕성의 철령으로 이주하여 철령 이씨를 열었고, 이여송의 후손은 조선으로 돌아와 농서(    西) 이씨의 중시조가 되었다. 이보다 앞서 정조는 북경에서 구입한 철령 이씨의 족보를 통해 이여송의 후손 중 일부가 조선으로 이주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로는 조선에서도 이여송의 제사를 모시게 했다.


이원은 이후에도 관직이 계속 올라가 지중추부사와 함경도 병마절도사를 역임했는데, 이여송의 후손 가운데 당상관에 오른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정조는 이원을 선무사와 무열사 제사의 헌관(獻官)으로 파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여송의 후예인 그에게 명나라 장수의 제사를 주관하게 한 것이다. 한편 정조는 이여송의 사당에 제사를 지낼 때에는 충무공 이순신의 후손인 이한풍(李漢豊)을 헌관으로 파견하기도 했는데, 임진왜란 때 조선을 지킨 두 장수(이순신, 이여송)의 공적을 기리는 동시에 그 후손을 우대한다는 의미가 담긴 조치였다.

김문식(사학) 교수
김문식(사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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