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선거를 지방선거답게
6·2선거를 지방선거답게
  • 조명래(도시.지역계획) 교수
  • 승인 2010.05.20 16:39
  • 호수 127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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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일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지역의원, 광역비례대표의원, 기초의원, 기초비례대표의원, 교육감, 교육의원을 모두 한 자리에서 투표하게 된다. 총 3천991명의 풀뿌리 일꾼을 뽑게 되는 데 출마할 후보자만도 무려 1만55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선거전이 되고, 잘만 하면 지방권력을 왕창 바꿀 기회가 곧 6.2 선거다. 이번 선거에서 한 표 행사는 그만큼 중요하다.

6·2 선거는 2008년 총선 이후 2년 만에 치러지는 전국단위 선거이면서 집권 3년차를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그리고 다가오는 대선 전초전의 성격을 띠고 있다. 그래서인지 선거지형을 가르는 정파 간 대립도 현 정부 하에서 불거진 국가적 현안들을 중심으로 하여 나타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는 실제 ‘4대강 정비사업’, ‘천안함 침몰사건’, ‘세종시 수정논란’, ‘한명숙총리 무죄선고’, ‘무상급식’, ‘노무현대통령 서거1주기’ 등이 지역별 선거 판세에 크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복원된 지 20여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방자치에 대한 중앙정치의 영향은 여전히 강하다. 지방선거가 중앙권력에 대한 심판의 성격을 띠는 것은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를 당연시 할 순 없다. 기껏해야 이러한 투표행위는 중앙정치에 의해 지방정치가 포로가 된 모습만 보일 뿐이다.

‘지방정치의 무력화’는 근자에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가적 쟁점을 판단함에 있어서 국민들이 좌우 이념 대립에 빠져들고 있는 경향과 무관치 않다. 보수 대 진보, 우파 대 좌파, ‘수구꼴통’ 대 ‘좌빨’이란 적대적이고 혐오적인 낙인찍기식으로 국가적 쟁점들을 재단하다 보니 이와 무관한 지방자치의 쟁점마저 여기에 묻혀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념 대립은 국민들의 정치의식과 투표행태를 왜곡시킬 뿐 아니라 정치꾼들로 하여금 그들에 유리한 왜곡된 정치적 상황을 만들도록 부추긴다. 이번 지방선거가 ‘북풍’과 ‘노풍’의 대결로 치러질 것이라는 이야기는 이를 두고 하는 것이다.

최근엔 선거에 대한 국가권력의 교묘한 개입까지 나타나고 있다. 정부(선거관리위원회)는 국가정책(예, 4대강 정비)을 비판하는 시민단체의 활동이 특정후보를 유·불리하게 한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 공정선거를 해칠 흑색선전을 단속하는 것에 대해 시비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시민운동에 재갈을 물리면서 정권에 유리한 정책홍보를 방치하는 정부의 이중적 입장은 관권 선거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 모두는 6·2 선거가 지방선거답게 치러지기가 여의치 않음을 암시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거를 올바르게 치룰 수 있는 가능성은 전적으로 유권자들의 높은 정치적 자의식과 높은 투표참여에 달려 있다. 지역 유권자들이 스스로가 국가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의 문제를 중심으로, 이념의 대결이 아닌 구체적인 생활의제를 논쟁하는 방식으로, 중앙정치의 조력자가 아닌 지역사회를 위해 일할 일꾼을 뽑는 의식을 가지고 6·2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가 그러한 역할의식을 갖게 되기까지는 지역 엔지오들에 의한 계몽적 시민정치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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