⑪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
⑪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
  • 김철웅 연구원
  • 승인 2010.06.01 13:11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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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

   이덕무(1741~1793)가 53세의 나이로 병사하자 정조는 그의 문집을 간행할 수 있도록 비용을 하사했다. 이를 두고 박지원은, “일개 가난한 선비의 글을 간행하라는 임금의 분부는 총애가 남다른 것이며 그의 글이 후대에 전해지길 바라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박지원의 말대로 이덕무는 매우 훌륭한 저술가였다.

   일찍이 이덕무는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와 함께 『건연집』이라는 시집을 내어 중국에서 명성을 떨쳤다. 이후 정조에게 발탁된 이덕무는 규장각에서 활동하면서 많은 저서를 남겼다. 그런데 그는 매우 겸손하여 다른 사람들이 책을 보여 달라고 하면 “남에게 보이면 사흘 동안이나 부끄러워진다. 상자 속에 깊숙이 넣어 두었는데 스스로 나올 날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사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독서광이기도 하였다. 그는 항상 책을 갖고 다녔는데 주막에서건 나룻배 안에서건 책 보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평생 동안 읽은 책이 만 권이 넘었다고 한다. 이덕무의 문장은 “화려함에 힘쓰지 않고 말과 뜻이 잘 통하였으며, 조리 있고 간결하기로 일가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러한 그가 자신의 저술을 세상에 드러내기를 부끄러워하며 매우 겸손한 태도를 가진 것은 품성이 매우 훌륭했기 때문이다. 박지원은, “성품이 단정하여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잘난 체하지 않으며, 화평하게 즐기되 너무 가까워 버릇없게 굴지 않았다”고 이덕무를 칭송했다. 이덕무의 품성은 아버지의 가르침 덕분이었다. 이덕무는 아버지가 자기를 가르칠 때 종아리를 심하게 때리거나 세게 꾸지람을 하지도 않고 못된 유혹에 물들지 않도록 경계했다고 한다. 이덕무는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아 학문에 눈을 떴고 인격을 함양했다. 이덕무는 “조그만 행실을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을 그르치게 된다”고 하면서 『사소절(士小節)』을 지었다. 『사소절』은 “선비가 지켜야할 작은 예절”이라는 뜻이다.

▲ 사소절(위)과 문집 아정유고(아래).

   이덕무는 아홉 가지의 올바른 몸가짐으로 “발은 무겁게, 손은 공손하게, 눈은 바르게, 입은 신중하게, 머리는 똑바르게, 서 있을 때는 의젓하게, 목소리는 조용하게, 숨소리는 고르게, 낯빛은 단정하게”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범이 되는 사람으로 “조광조의 공명하고 정직한 점, 이황의 침착하고 근신한 점, 율곡 이이의 자세하고 온화한 점, 조헌의 근면하고 정확한 점”을 들었다.

   그리고 원 나라 사람 허노재(許魯齋)의 고사를 소개하면서 매사에 흐트러짐이 없어야 됨을 강조하였다. 그 고사는, “길가에 배나무가 있어 여러 사람들이 다투어 배를 따먹었으나 허노재는 홀로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어떤 사람이, ‘이 배나무는 주인이 없소’라고 말하자, 그는 ‘배나무는 주인이 없을지언정 내 마음에야 어찌 주인이 없겠소’라고 하였다”는 내용이다.

   이덕무는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가법(家法)을 밝히기 위해 『사소절』을 지었다고 겸손하게  말하고 있으나 제목과 달리 어른과 아이가 일상 생활에서 지켜야 할 예절에 대해 밝혀 놓았다. 그는 “훌륭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착한 마음을 드러내고, 조급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사나운 기운을 나타낸다”고 하면서 술을 경계하도록 했다. 그리고 술 마시는 예절에 대해 “빨리 마셔도 안 되고, 인상을 찌푸리거나 캬 하고 소리를 내어 마셔서도 안 된다. 그리고 혀로 입술을 핥아서도 안 된다”고 했다. 상추나 김을 싸 먹을 때는 “먼저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밥그릇 위에 놓은 다음 젓가락으로 쌈을 두세 잎 집어다가 떠 놓은 밥 위에 얹은 후, 숟가락을 들어 입에 넣고 장을 찍어 먹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이런 일상 예절 뿐 아니라 당시의 풍속을 경계하는 내용도 있다. 사람들이 파와 마늘을 꺼리는 것은 냄새 때문인데, 이 보다 독한 냄새가 나고 사람에게 해로운 담배를 피우는 것을 경계했다. 또한 혼수를 사치스럽게 하는 것은 사치하는 마음을 길러주는 악이라고 했다. 이렇듯 『사소절』은 현재에도 귀감이 될 만한 내용들이 많다. 우리 대학에는 『사소절』의 필사본과 목판본이 소장되어 있다. 

김철웅(동양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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