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결석한 친구를 대신하여 대리출석 한 경우
(35)결석한 친구를 대신하여 대리출석 한 경우
  • 최호진(법학) 교수
  • 승인 2010.06.01 14:16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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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 출석도 위계 행위, 업무방해죄 성립가능

학과 친구 A는 단웅에게 최교수의 형법수업에 출석점검을 하면 대출(대리출석)을 해달라고 하였다. A는 단웅의 부탁을 흔쾌히 수락을 한 후 강의실로 들어갔다. 단웅의 예상대로 최교수가 출석을 점검하기 위해 출석을 부르자 단웅은 A대신에 대답을 하였다. 그러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최교수는 A가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으며, A대신에 수업에 참여한 단웅을 강의실밖으로 나가게 하였다. 결국 A는 당일 수업에 결석으로 처리되었다. A와 단웅의 행위에 대하여 법적으로 어떤 문제점이 있을까?


단웅이 한 대리출석(속칭 대출)은 대학 강의실에서 자주 일어나는 광경 중에 하나이다. 전공수업이나 수강인원이 적은 강좌의 경우에는 교수님들이 수강생들의 인적 사항을 잘 알고 계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리출석을 해주는 경우는 적지만, 수강인원이 많거나 교양강좌의 경우에는 자주 발견된다.


이렇게 대학에 만연한 대리출석은 법적으로 어떤 평가를 할 수 있을까? 많은 학생들이 대리출석에 대하여 큰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지 않지만, 사실 이러한 행위는 법적으로 평가하면 ‘범죄’에 해당한다.


형법 제314조의 규정을 보면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위계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계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의 착오나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는 행위를 말하며, 혼동할 우려가 있는 상표를 부착하거나, 허위의 이력서를 작성·제출하여 위장취업하는 행위, 시험의 대리응시, 우연히 입수한 시험문제를 받아 미리 암기한 답안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행위, 성적을 조작하여 합격처리하는 행위, 시험에 있어서 부정행위 등이 위계에 해당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단웅이 실제로 A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마치 자신이 A인 것처럼 대답을 하였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위계에 해당한다. 또한 교수가 수업을 진행하기 전에 출석을 점검하는 행위는 업무에 해당한다. 업무는 반드시 재산적·경제적 업무뿐만 아니라 비경제적 업무로 포함되며, 강의뿐만 아니라 출석을 부르는 행위도 업무에 해당한다. 우리 대학의 경우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업무는 사무(私務)에 해당하지만, 만약 국공립대학이라면 업무는 사무(私務)가 아니라 공무(公務)에 해당하기 때문에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결국 단웅이 한 행위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위 사례에서 결국 담당교수에게 대리출석하는 것이 적발되었기 때문에 사실상 업무가 방해가 된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해 법은 업무를 방해하는 행위만 하면 범죄가 성립하며, 사실상 업무가 발생되었다는 결과발생은 필요없다고 한다. 따라서 대리출석하다가 적발된 경우에도 업무방해죄는 당연히 성립한다.


그렇다면 단웅에게 대리출석을 부탁한 A의 행위에 대해서는 어떤 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가? 다른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도록 범행의 결의를 일으키게 하고, 이 결의에 의하여 범죄를 저지르는 범죄를 교사범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타인에게 돈 5천만 원을 주면서 청부살인을 하도록 시킨 경우에는 살인교사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A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교사범에 해당하며, 형법은 이 경우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자와 동일하게 처벌하고 있다.


대리출석을 해준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 만약 있다면 자신이 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라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며, 담당교수님의 고소가 없거나, 공소시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할 것이다.

최호진(법학) 교수
최호진(법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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