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의 명암
통큰치킨의 명암
  • 정공(문예창작·4)
  • 승인 2011.03.04 19:53
  • 호수 1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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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보호 vs 소비자의 권리 무엇이 우선인가


다사다난한 한해였다. 연평도 포격을 비롯한 병역비리, 마약사건 등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무거운 일들 중 가장 이슈가 되었던 것은 바로 ‘통큰치킨’이다. 많은 일들을 제치고 최고의 이슈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서민들에게는 국가적 상황보다도 얼어붙은 경제상황이 피부에 와 닿을 수밖엔 없다. 옛날에 아버지 월급날 마중 나갔던 기억이 있는가? 아버지 왼손에 들려있는 치킨상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지금이야 치킨은 시켜먹는 것이지만 예전엔 종종 직접 사오곤 했었다. 그리고 가족이 둘러앉아 치킨을 먹으며 화기애애 이야기를 나눴던 때를 기억한다. 그만큼 치킨은 서민을 대표하는 아이콘이었고 그렇기에 이번 통큰치킨에 대한 반응은 컸다.

치킨 값은 평균 14,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2만원에 가까운 가격의 치킨도 등장했다. 공공연히 치킨 값이 비싸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할 때 동시에 통큰치킨이라는 것이 등장했다. 5천원이라는 충격적 가격으로 말이다.

통큰치킨의 실물을 보지 못한 사람들은 뭐 별거냐고 넘겼다. 기존 마트에서도 6~7천원의 치킨들을 판매했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은 쌌지만 기존 치킨업체의 치킨보다 맛이 현저히 떨어졌다. 그리고 크기도 작았다. 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프랜차이즈 업체들에 피해를 거의 끼치지 않은 이유였다.

하지만 통큰치킨은 달랐다. 5천원의 가격만이 핵심이 아니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통큰치킨은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의 질에 뒤지지 않았다. 그리고 양은 오히려 기존 업체들보다 많았다.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기감은 예상한대로 돌아왔다.

단지 수입이 줄어든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기존 3분의 1 가격에 비슷한 품질, 더 많은 양은 기존 치킨 값이 거품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가격을 선도해온 BBQ의 경우는 더했다. 담합의혹과 참았던 불만들이 봇물 터지듯 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통큰치킨은 치킨업체들의 반발과 여론 악화로 인해 판매가 중단됐다. 네티즌들은 ‘오늘 대한민국 치킨은 죽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짧은 기간 판매했지만 이 ‘통큰치킨’이 불러온 여파는 만만치 않았다.

우선 이 사태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했다. 기존 치킨업계의 폭리를 드러내고 싼 가격으로 치킨을 공급했다는 평가와 대기업이 자영업자의 파이를 탐냈다는 평가였다. 사실 통큰치킨의 가격은 대기업의 유통구조가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가격이었다. 유통구조를 단순히 하고 직거래로 가격을 다운시켰지만 자영업자에게는 꿈꿀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통큰치킨이 판매된 기간 동안 다른 치킨집의 매상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리고 판매가 중단된 이후에도 매상은 그대로였다. 치킨 값에 의문부호를 단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롯데마트로써는 아무 손해를 보지 않았다. 애초에 치킨으로 이익을 보려는 생각조차 없었다. 단지 미끼상품일 뿐이었다.

아직까지 양쪽의 의견은 부딪치고 있다. 가까이 봐서는 싸게 치킨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면, 멀리 본다면 자영업자들을 고사시키고 대기업 위주로 재편시키려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었다. 통큰치킨이 사회에 큰 메시지를 던져준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누가 옳다 확신할 수는 없다. 작은 해프닝으로 잊는 것 보단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문제다.

정 공(문예창작·4)

정공(문예창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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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eley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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