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 ② 북한은 이웃인가? 적인가?
시사터치 - ② 북한은 이웃인가? 적인가?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1.03.15 10:56
  • 호수 129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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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현주소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

북한의 현주소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

모 대학의 경제학 수업시간, 교수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한다. “북한은 이웃인가? 적인가?” 학생들은 이 질문에 대해 고개만 갸웃거릴 뿐 누구도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우리가 어릴 적부터 입버릇처럼 말하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은 진심이기나 한 것인지 의심이 든다.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북한은 한 민족이 아닌 것일까?

1948년 남한의 대한민국과 북한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공식적으로 선포되고 어느덧 분단의 역사 63년. 과거의 상처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대충 엉겨 붙은 뼈마디처럼 찬바람이 불면 언제나 시리고 아프다. 하지만 이러한 분단국가의 아픔도 시간의 흐름 속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듯하다. 이처럼 오래되고 무뎌져버린 과거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경험해보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이에 대해 함께 공유해 줄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북한에 대한 시민들의 시각을 달라지게 만든 중대한 사건이 작년 한 해에만 두 가지가 일어났다. 3월 26일에는 북한의 어뢰공격에 1200t급 초계함이 두 동강 나버린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고 11월 23일에는 북한이 쏜 170여발의 포탄에 의해 불바다가 된 연평도 포격이 연달아 일어났다. 특히 연평도 포격은 우리 대학의 故서정우 하사가 희생되어 그 슬픔을 더 가까이서 느낄 수 있었다. 이 사건들로 인해서 정부는 물론이고 전 국민은 북한을 완벽한 적으로 규정지은 듯하다. 과거 노무현 정부와는 극적으로 다른 상황이다.

▲작년 12월 코리아리서치센터에서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념을 대상으로 실시한 95% 표본오차 ±3.1%P 신뢰수준의 여론조사 결과

작년 12월 코리아리서치센터의 대북정책 방향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1000명 중 58.0%가 ‘군사적으로는 강경책 유지, 북한과 대화 병행’, 22.0%가 ‘대화와 타협을 통한 정책으로 전환’, 18.5%가 ‘현재의 강경정책 유지’라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보복 응징에 대한 의견에는 50.9%가 ‘도발원점 타격에 그쳐야’, 31.4%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응징’, 15.7%가 ‘또 다른 도발 불러올 수 있어 반대’의 의견을 나타냈다. 위의 결과로 알 수 있듯이 북한은 더 이상 우리가 도와야할 대상이 아니라 견제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에 대한 견해는 어떨까?

연세대 통일연구소와 리서치앤 리서치가 지난 달 9일부터 22일까지 실시했던 통일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인 1000명 중 72%가 통일이 필요하다고 답하여 불필요하다(23.4%)는 답변의 3배가 넘는 결과를 나타냈다. 반면에 통일에 대비한 우리사회의 준비정도에 대해서는 90.3%(6.6% 잘되어있다)가 ‘잘 되어있지 않다’는 비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현 상태로 통일할 경우 남한이 지게 될 경제적 부담이 클 것으로 경제인들은 내다보았다.

한편 전문가들은 북한에 대해서 국제적 고립이 결국 경제적 궁핍을 조성하여 파산에 이를 것이고 빠르면 5년 최소 10년 안으로 남한에 흡수통일 될 것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통일이 바로 우리의 코앞에 당도하여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는 통일에 대비하기에 앞서 북한에 대해 어떠한 시각을 가져야 할까? 북한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건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그전에 북한의 현주소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여기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줄 두 전문가의 의견을 준비하였다. 이를 통해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도록 하자.

서준석 기자 seojs05@dankook.ac.kr

 

전문가 의견 - 1. 교양학부 이재석 초빙교수
만성적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북한

남과 북이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서명한 지 20년이 된다. 1991년 12월 13일 채택된 이 합의서에서 양측은 평화통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공동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하였다. 정치군사적 대결상태를 해소하여 민족적 화해를 이룩하고, 무력에 의한 침략과 충돌을 막을 것이며, 다방면에서의 교류·협력을 통하여 민족 공동의 이익과 번영을 도모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이 합의서에 이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공동선언>이 같은 해 12월 31일 공표되었다. 남과 북은 핵무기를 시험하거나 제조, 저장 혹은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핵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보유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한반도는 이듬해 벽두부터 평화와 협력의 장을 열어 가는 듯하였다. 당시 남북 경제협력에 적극적이었던 대우의 김우중 회장이 1월 19일부터 북한을 방문하여 북측 상대역인 김달현 대외경제위원장 겸 조선삼천리회사 대표와 평양 부근의 남포항에 전자·섬유 산업 시설을 남북 합작투자를 통하여 건설하는데 합의하였다. 또한 앞의 <합의서>와 <공동성명>의 실현을 위하여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의 개설, 남북 경제 교류 협력 공동위원회의 구성을 위하여 협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반도에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고 민족 공동의 번영을 향한 길이 열려 가리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 북한 핵문제였다. 1980년대 중반부터 이미 북한의 핵무기 개발 가능성을 염려하여 이를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합의가 있던 터였다. 그런데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겠다는 남북 간의  1991년 말 약속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핵확산방지조약(Non-Proliferation Treaty, NPT)의 회원국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북한은 은밀히 핵무기 생산에 힘을 쏟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알려지게 되어 심각한 국제 문제로 대두되게 된 것이 소위 제1차 북한 핵 위기였다. 이 위기 상황은 1993-94년에 걸친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끝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기로 하고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게 경수로 건설, 에너지 원조 등의 대가를 제공하기로 하여 일단 진정되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한국전력이 주계약자인 경수로 건설 사업이 북한 신포에서 진행되고 있는 중에도 북한은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제조 원료 확보에 진력하고 있었다. 이것이 2002년 탄로나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는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으나, 북한은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2009년 4월에는 2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과 같이 대한민국과 국제사회가 상식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행위이다.
북한의 안위를 위해서나 민생의 안정에 오히려 해로운 핵무기를 들고 무력 도발을 통하여 우리와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등 경제 원조를 기대하는 북한 지도부의 심리에 걷어내기 어려운 유산이 있다. 김일성은 젊은 날의 유격대 활동과 망명 생활동안 자신의 세계관과 국제정치, 한반도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각이 형성되었다. 그의 이념적, 정치적 유산을 이어받은 북한 지도부의 의식 속에는 북한 전체가 위기에 빠진 유격대 조직과 같은 것이며, 그런 만큼 대한민국이나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기만, 기습 등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충격을 주는 것은 체제의 존속을 위하여 전술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대북 정책은 북한의 이러한 불가측성을 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할 것이다. 남북한 간에 합의한 것, 국제사회에 대하여 약속한 것에 대하여 책임을 질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의 안위와 복리 향상에 대하여도 북한 정부 자신이 책임을 지는 남북한 관계의 새로운 구도가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 의견 - 2. 윤인재(구세군 개발지원부 담당관) 사관
북한, 변화의 바람과 구호의 손길

남과 북은 너무나 오랜 기간 헤어져 지냈습니다. 반세기 이상 적대시하고, 총칼을 겨누는 민족상잔의 비극의 역사를 지속해 왔습니다. 필자도 한국 사회의 초등교육에서 반공에 관한 글짓기와 그림그리기, 웅변대회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에는 교련을 배우고 멸공의 이념으로 무장되어 자랐습니다. 그러나 세계로 눈을 뜨면서 바라보게 된 북한을 올바르게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현실의 북한은 폐쇄된 전체주의적 사회주의 국가입니다. 김일성이 이룩한 초유의 개인 우상화를 기반으로 그 아들 김정일이 유훈통지(遺訓統治)라는 역사상 전례가 없는 방식으로 초헌법(超憲法), 초당(超黨)의 권력으로 집권하고. 이제는 세상에 유례없는 제 삼대세습의 비정상적인 체제로 유지되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권 유지에 위협이 될 만한 모든 사상과 문화를 배격하고 주민들을 외부의 정보로부터 격리하고 있습니다. 군부의 정권이 백성을 철저히 장악하고 이용하는 것, 이것이 바로 북한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자신이 태어날 나라를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있는가 말입니다. 우리가 미국이나 스위스 등 세계의 나라에서 출생하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이 점에서 우리의 사고를 출발한다면 지금의 남과 북의 관계는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사실에 비추어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남과 북은 분단국가입니다. 이 말은 곧 한민족이라는 말이며 한민족의 생존, 민족적 당위성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세계는 절대적 우방(友邦)도 적국(敵國)도 없다는 것은 익히 알려지고 느끼는 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항상 예외였습니다. 우방인가 아니면 적국인가를 따지는 것은 전적으로 해석자의 입장에 따라 북한에 대한 견해가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80년대로부터 우리는 철저히 몸으로 배워왔던 지식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절대적이라는 말을 매우 조심스럽게 이해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모든 일에는 순방향과 역방향의 반응이 있습니다. 아무리 작은 일에도 우리는 이러한 배움을 터득하게 됩니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우리의 행동에 책임을 가져야 합니다. 저는 북한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런 예를 드리고 싶습니다. 한 비커(beaker)에 물을 담고 비커 정중앙에 청색의 잉크를 떨어뜨린다면 청색 잉크는 중앙에서부터 서서히 비커의 면쪽으로 퍼져나갈 것입니다. 물론 색은 더욱 엷어지겠지요. 그러나 분명 중앙부분이 포화상태가 되면 그 파장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우리가 주는 것이 정말로 북한의 서민들에게 갑니까?’

우리가 주는 것이 혹시 군부로 돌아간다 할지라도 그것은 일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는 양은 더욱 적어지겠지요. 그동안 우리가 준 것이 전부 군부로 갔다면 왜 북한의 군인들이 죽어갈까요?

통일시대 3월호에 보면 수도 평양 면적이 절반이하로 축소되었다고 합니다. 이는 북한의 조선중앙연감 2009년판과 2010년판을 비교 확인한 것입니다. 이 같은 조치는 평양시민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줄여 재정난을 덜기 위한 의도로 분석된다고 합니다.

붉은 동토는 바뀌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인도지원을 통해 북한에  다녀온 저로서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구세군은 2007년부터 화재가 일어난 용강과 작년의 신의주 수해 지역에 긴급식량을 지원하였으며, 2009년까지는 남포 와우도의  낙후된 병원을 현대화 사업을 통해 리모델링을 해주었고, 더욱이 북한의 세 개 지역에 요구르트 공장을 세워 영유아의 건강을 돌보는 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우리가 북한 내부 깊숙이 진출하여 물자를 지원하려고 하면 북한 주민들은 호기심을 갖고, 내심 우리와 접촉하고 싶어 합니다. 대부분의 북한 시민들은 남쪽이 북쪽보다 더 잘사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결국 대북지원사업으로 인해 얻고 있는 성과는 북한사람들도 서서히 외부세계를 향해 눈을 떠가고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느낄 수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북녘땅에도 불어오는 바람을 막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마치 리비아처럼 말입니다. 자, 이젠 우리의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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