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손칼국수
동의를 구한 적은 없다
수다를 떨다 허기지면
그의 부재를 핑계 삼아
물에 풀어 버린다
소금 간을 하고
주물럭 주물럭 반죽을 해
홍두깨로 넓적하게 밀어
무채 썰 듯 칼질을 한다
칼날이 지날 때마다
그는 영문도 모르고
수백수천 가닥으로 썰어진다
펄펄 끓는 뜨거운 입담 속
비웃음과 조크를 곁들인다
뜨거운 객담 속 면발
풀리지 않게 쫄깃거릴 때까지
욕설과 비아냥의 군불로 끓여
젓가락 부딪치며
후루룩 거린다
포만감이 밀려오면
일말의 거리낌 없이
흐뭇하게 자리를 뜬다
그가 더부룩하게
내장을 통과하는 동안
역한 트림을 일으키기도 하지만
면발의 감칠맛에
편식을 그칠 수 없다
반편이 되버린 그가
영문도 모르고 다가오면
친한 듯 머리 맞대고
누구를 반죽할까 궁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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