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노래 가사가 필요한 이유
자극적인 노래 가사가 필요한 이유
  • 서준석 기자
  • 승인 2011.09.29 00:17
  • 호수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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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이 원하는 노랫말

얼마 전 힙합 듀오 ‘리쌍’의 새 앨범 ‘아수라발발타’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타이틀곡 ‘TV를 껐네...’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이 모두 한결같았다. “노래 진짜 좋다. 그런데 너무 야한 거 아냐?” 가사 자체에는 선정적인 표현이나 어휘가 없지만, 누구나 이 노래를 들으면 묘하게 상상력을 자극해서 더 야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유인즉슨, 침대위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연인의 사랑얘기를 좀 더 사실적으로, 좀 더 자극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리라. 반면 이러한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TV를 껐네...’의 인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TV를 껐네...’가 이토록 인기몰이를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무엇일까?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리쌍은 이렇게 짧게 말했다. “이런 노래가 듣고 싶었나 봐요.” 그렇다. 대중은 어쩌면 이런 지나치게 솔직하고 사실적인 이야기가 노래를 통해 흘러나오길 바래왔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무턱대고 야하기만 한 노래는 아니라는 것이다.

▲‘TV를 껐네’로 인기몰이 중인 가수 리쌍.

이런 가사들이 대중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증거로 인디음악을 들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인디음악은 비주류음악으로만 평가되어왔다. 대중 음원차트에 오르기는커녕 소수의 마니아층만이 자리를 지키고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바뀌었다. 각종 음악페스티벌과 쏟아지는 인디앨범들. 이들로 미루어 보건데, 확실히 대중의 관심이 움직였다는 것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인디음악의 가사 대부분은 단조롭고 솔직하다. 가수 10cm의 ‘아메리카노’가 그 대표적인 예다. 아메리카노의 가사는 정말 단순하게 ‘아메리카노가 너무 좋다’는 내용밖에는 없다. 또 중간 중간에 나오는 현실과 딱 들어맞는 가사들. 물론 이 때문에 19금 딱지를 받기는 했지만, 언제 들어도 유쾌하고 재미있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가 있다. 이 노래도 마찬가지로 구질구질한 자취생의 삶을 1%의 미화도 없이 솔직한 노랫말로 풀어내어 대중들로 하여금 ‘공감’과 ‘해학’을 끌어내는데 성공한 케이스이다.

왜 대중은 이러한 솔직하고, 대범하기까지 한 ‘생활밀착형’ 가사에 열광하는 것일까? 사실 대중이 이러한 가사에 반응을 보인 것은 오늘날에만 있는 일은 아니다. 과거 한국의 70~80년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한 차원 높은 생활밀착형 가사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민주주의와 반정부 독재타도의 중심에 있었던 故김광석과 들국화, 산울림 등. 이 가수들의 특징은 가사가 모두 사회 반항적이거나 과장된 시적 은유 따위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70~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 대부분에게 있어서 표현의 자유는 그들의 인생, 삶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었다. 때문에 노랫말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었고 이런 노랫말에 굳이 과장과 은유를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이처럼 과거에는 사회를 향해 자유를 노래했다면, 현세대는 보수적인 사회로부터의 일탈을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처럼 진한 사회비판의 목소리는 사라졌지만, 세상을 향한 몸부림이라는 것만은 공통점이다. 기성세대가 노래를 통해 사회에 호소했던 것처럼 말이다.

서준석 기자
서준석 기자

 seojs05@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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