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만원으로 쇼핑하기
쇼핑도 하고 기부도 하고
어느 샌가 따뜻한 봄이 찾아오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한결 가벼워졌다. 하지만 가벼워진 옷차림과 함께 주머니 속 지갑도 덩달아 얇아진 요즘이다. 모처럼 시험도 끝나 쇼핑으로 기분전환하고 싶은 욕구는 충만하지만, 그런데 만원 한 장 꺼내기가 겁난다면? 뚝섬의 ‘아름다운 장터’를 추천한다.
기자는 지난 4월 14일 봄 날씨 화창한 토요일, 뚝섬 아름다운 장터에 다녀왔다. 오후 한 시쯤 7호선 뚝섬유원지 역 2번 출구로 나가니 봄날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특히나 아름다운 장터가 열린 곳에는 발을 디딜 틈이 없었다. 아름다운 장터란 서울특별시와 아름다운 가게에서 함께 주최하는 벼룩시장으로 10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 뚝섬에서 열린다.
판매자들은 돗자리 위에 집에 두고 쓰지 않았던 옷, 모자, 신발, 책, 가전제품, 자전거, 악세서리, 주방용품 등을 펼쳐놓고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한 눈에 봐도 깨끗하고 거의 새 것 처럼 보이는 물건이 많았기 때문에, 처음에 가격이 조금 비싸진 않을까 걱정을 했다. 기자는 만 원 짜리 한 장을 들고 한 판매자에게 떨리는 마음으로 물건의 가격을 물어봤다. “언니~ 이천원! 아니 천원에 드릴게요!” 엥? 이렇게 예쁜 스웨터가 겨우 천원이라고? 젊은 여성 판매자는 “보풀이 조금 있지만 요새 입기 편한 스웨터” 라며 기자를 유혹한다. 그렇지만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충동구매 하는 것은 아닌지 괜한 우려에 다른 곳도 둘러보기로 했다.
둘러보니 중년층들을 위한 옷, 아이들을 위한 옷과 가방, 책 등 남녀노소의 다양한 물건들이 많았다. 유행이나 철이 지난 옷들도 있었다. 판매자가 젊고 스타일리쉬하면 판매 중인 옷이나 악세서리 들도 센스가 넘쳤다. 기자는 한 바퀴 돌면서 눈과 발을 바쁘게 움직였다. 매의 눈으로 예쁜 아이템들을 발견할 때마다 한 걸음에 달려가 구입했다. 갈색가죽가방 2,000원, 줄무늬 가디건 2,000원, 회색 반팔카라티 3,000원. 이렇게 많이 샀는데도 3천원이나 남았다. 마지막까지 신중히 물건을 고르기 위해 두 바퀴, 세 바퀴를 돌았다. 그러다 눈에 띄는 캐쥬얼 정장원피스를 발견했다. “원래 3천원인데 2천원에 드릴게요.” 와우! 에누리까지 성공했다. 천 원이 남은 그 순간, 악세서리들이 나열된 돗자리가 눈에 띄었다. 사람들은 악세서리들을 이것저것 만져보며 꼼꼼하게 판매자에게 물어본다. 기자도 유심히 물건들을 살펴보고 꼼꼼히 따져봤다. 결국 시중에서 3,000원 이상 하는 머리핀을 500원씩 2개를 구입해서 딱 만원으로 봄 옷장만을 끝냈다.
돌이켜보면, 기자가 물건을 사려고 돈을 꺼낼 때 마다 판매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10대 여성 판매자는 “와! 드디어 첫 판매에요. 고맙습니다. 예쁘게 입으세요” 라며 기뻐했다. 또, 이 곳 아름다운 장터에서는 판매자가 판매액의 10%이상을 자율기부가 원칙이다. 오늘 쓴 돈에서 천 원 이상이 기부가 된 셈이다. 쇼핑도 하고 기부도 하니 만 원짜리 한 장은 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이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쇼핑. 여기선 적절한 충동구매도 두 손 두 발 들고 환영이다.
박윤조 기자 shynjo03@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