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에 위치한 예술 창작촌엔 일명 ‘대장장이의 집’이 많다. 녹슨 쇠 냄새와 납땜의 불꽃이 번진 거리에는 당신의 재미도 함께 제작해줄 ‘재미공작소’가 기다리고 있다.
다양한 예술인의 작업공간인 아기자기한 카페, 재즈 바, 공원 등이 ‘창작촌’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동네를 채우고 있다. 그 중 가장 왕성한 이벤트나 수업을 진행하는 재미공작소를 방문해 보았다.
두 명의 대표가 함께 운영하는 이 공간은 어떻다고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여기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묻는다면 단아한 주인이 엉뚱한 미소를 지으며 “저도 잘 모르는 곳이에요”라고 말하는 곳이다.
재미를 찾아나서는 사람들을 위해 차린 재미 공작소는 어떨 땐 방문객들이 꾸며놓는 놀이 공간이면서도 때로는 공연장, 어느 예술가의 작업 공간, 작품에 대한 강연을 듣는 곳, 혹은 만남의 자리이기도 하다.
초반에 상수동에 위치했던 이곳은, 보다 활발한 운영을 위해 문래동 예술촌으로 이사했다. 이곳은 음악, 문학, 그림, 춤, 그 외 다양한 문화의 공간으로, 방문 할 때마다 뚝딱뚝딱하고 재미거리를 만들어 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방문한 날 시인의 강독회가 열렸다. 작은 테이블 위에 처음 들어본 밴드들의 앨범과 소량으로 제작된 엽서, 책자 등이 가득 벌려져 있었다. 시인과 마주앉는 자리 역시 가깝다. 시인이 직접 시를 읽어 내리면 시인의 팬들은 혼자 읽었을 때는 미처 몰랐던 것들을 다시 음미해볼 수 있다.
이 날의 초청 작가인 이이체 시인은, 이성복 시인의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 가』 강독회를 진행했다. 이이체 시인은 총 열 편의 시를 읽으며 이성복 시인의 작가적 색채와 시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시인은 강독회를 진행하면서 박성준, 기형도 시인을 거론하기도 했는데, 두 시인들의 작품을 문학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때때로 다른 시인들과의 일화를 꺼내 재미를 더했다.
어쩌면 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했을 테다. 예술과 거리가 멀다고 막연하게 느끼기 쉬운 것들을 재미와 관심의 소재로 재탄생하게 해주는 기회였다.
주말이나 평일 오후에 재미공작소에 방문한다면 언제고 공연이나 전시, 강연, 이벤트 등을 체험해 볼 수 있다. 하루짜리 이벤트도 있지만, 3-4주 정도 진행되는 것들도 많다.
구체적인 일정은 <재미공작소 블로그>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대부분 저렴한 가격으로 진행되고 있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바쁜 생활에 쫓기고 있다면, 카멜레온처럼 날마다 바뀌는 이 공간에 들러 진득하게 ‘재미를 공작’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한솔 수습기자 521321320@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