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스토리라인이나 극적 전개도 없고 상영시간은 무려 165분이라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구성이지만, 그럼에도 주목 받는 영화가 있다. 한 소년의 성장기를 담은 영화 <보이후드>는 소년이 성장하며 겪는 고민과 갈등을 담담하게 담아내 우리네 삶에서 무심히 지나치던 변화의 순간을 발견하게 해준다.
<보이후드>는 메이슨이라는 소년이 여섯 살 때부터 12년간 겪는 평범하고 특별한 순간들을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한 극영화이다. 메이슨의 엄마와 아빠는 어린나이에 첫째 사만다를 낳고, 뒤이어 둘째 메이슨을 낳았다. 가족을 부양할 능력이 없는 메이슨의 아빠는 늘 놀기 바쁘다. 현실적이고 책임감 강한 엄마는 이를 참지 못하고 결국 이혼을 하게 된다. 그 후 그녀는 두 번의 재혼을 하지만 순탄치 못한 가정생활을 한다. 험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메이슨은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꿋꿋하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황 묘사가 사실적이고 과장이 없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실제로도 작품을 12년간 촬영해 세월의 흐름이 배우들의 얼굴과 성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유행에 맞게 패션과 머리스타일이 달라지는 것도 사실적으로 나타나 몰입이 된다. 실제 이런 가정이 있는가 싶은 착각을 불러일으켜, 영화 속 캐릭터를 실존 인물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12년간 변화하는 세상이 반영돼 ‘그래. 이 시절엔 해리포터가 나왔었지’, ‘아이폰을 쓰는 걸보니 시간적 배경이 현재에 많이 근접했구나’ 하는 소소한 재미도 느끼게 해준다. 여느 영화에서나 보여주던 우연의 일치, 뜨거운 사랑, 과업 달성과 같은 피크는 없지만 표현한 평범하게 식사를 하는 일상적인 모습, 아쉬운 이별 후 변화된 일상에 적응하는 모습을 과장 없이 그려내 실제 우리 삶 속 평범했던 매 순간순간이 우리를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었단 것을 깨닫게 한다.
시간이 흐르며 드러나는 등장인물들의 성격 변화 또한 인상적이다. 메이슨이 성장하며 겪은 험난했던 상황은, 밝은 얼굴을 갖고 있던 메이슨의 얼굴에 우수를 깃들게 한다. 영화 속 상황이 내가 겪은 상황이 아니더라도 ‘저 모습이 곧 나의 모습인가’하는 생각을 갖게 하는데, 모두가 한 번쯤은 겪는 성장통을 잘 표현 했다고 느꼈다. 또한 어린 자녀의 성장 뿐 아니라 젊은 엄마와 아빠가 늙어가는 모습도 담았다. 음악만 좋아하고 특별한 계획 없이 살던 아빠는 중년이 되면서 철이 들고,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으로 열심히 살던 엄마는 아이가 커서 독립할 나이가 되자 공허함을 느낀다. 주인공이 유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것에 대한 공감을 하게 되는 한편, 청년에서 중년으로 늙어가는 삶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한 소년의 성장을 들여다보며 지나온 시간들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보이후드>는 제 6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의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국내외 언론과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또한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및 감독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흔히 말하는 ‘순간을 붙잡으라는 말’에 지친 사람들이 ‘순간이 우리를 붙잡는 것’이라는 말을 이해하는 묘한 경험을 하길 바란다.
박정연 수습기자 3214191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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