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둠 속의 대화 -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시간
<영화> 어둠 속의 대화 - 눈이 아닌 마음으로 보는 시간
  • 김아람 수습기자
  • 승인 2014.11.18 21:56
  • 호수 13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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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문화in 109

“잃어버릴 위험이 있으니 모든 소지품은 보관함에 넣어주세요.” 그리고 안내원은 기자에게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지팡이를 나눠주었다. 위험한 장애물이나 지형은 없으나 안정감을 위해 들고 여행하는 것이 편하다는 이유에서다.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아 왠지 설레고 긴장됐다.

1회당 8명의 소수 인원으로 진행되는 체험, 둘씩 네 팀으로 짝을 지어 천막 안으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눈을 감으나 뜨나 사방은 온통 암흑뿐이다. 우리의 눈은 본능적으로 빛을 찾으려고 해서 어두운 곳에서 눈을 뜨고 있으면 쉽게 피로해진다는 안내원의 말에 눈을 꼭 감은 채로 장장 90분 동안의 여행을 시작했다. 이쯤 되니 조금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이토록 답답하고 무서운 일이었던가.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질 때 즈음, “안녕하세요?” 갑작스레 어둠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기자를 인솔해줄 ‘로드마스터’였다.

로드마스터의 안내를 따라 벽을 더듬으며 처음으로 도착한 곳은 고즈넉한 정자가 있는 개울가. 산새들의 소리, 풀의 촉감, 꽃의 향기. 잠시 정자에 앉아서 이러한 것들을 온전히 느끼는 시간을 가지니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졌다. 마음대로 개울가의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었다. 옆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각기 다른 모습의 개울가를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체험은 더욱 흥미로워진다. 오감 중 시각이 사라지니 나머지 네 가지 감각이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로드마스터는 계속해서 앞에 놓인 세상을 설명해줬다. “옆으로 지나가는 유람선의 사람들이 손을 흔드네요, 우리도 인사해줄까요? 안녕!” 마치 까만 도화지에 색을 입히는 느낌이다.

보폭을 맞추지 못해 앞사람의 등에 부딪혀서 서로 웃으며 사과하기도 하고, 혼자 길을 잘못 들어 로드마스터가 손을 잡고 제자리로 안내해주기도 했다. 혼자였다면 무섭고 두렵기만 했을 여행이, ‘함께’라는 생각 하나로 안정되고 더욱 즐거운 여행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보인다는 것에 대한 감사함뿐만 아니라 나와 함께하는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눈으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마음을 통해 눈으로 볼 수 있는 그 이상을 볼 수 있었다. 더 담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체험 말미에는 깜짝 놀랄만한 반전도 있으나, 그것은 앞으로 관람할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놓는다.

1988년 독일에서 시작된 이후 전 세계 160여 지역에서 7백만 명 이상이 경험한 전시인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는 단순한 시각장애 체험이 아닌 전시 체험과 퍼포먼스가 접목된 ‘Exhi-Performance’라는 신개념의 종합예술이다. 신촌에서의 전시를 마감하고 현재는 북촌(서울특별시 종로구 가회동 1-29)으로 장소를 옮겼으며, 오는 18일부터 상설 전시로 관람할 수 있다. 티켓은 성인 기준 3만 원.

김아람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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