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입던 외투의 추억
15년 전쯤 겨울에 찍힌 사진들을 보면 더플코트를 입은 사람들이 많다. 그 시절에는 일명 ‘떡볶이 코트’라고도 불리는 더플코트의 인기가 정말 많았다. 특히 교복 위에 입으면 깔끔하고 단정해보여 90년대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한동안 ‘노스페이스 패딩점퍼’가 유행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시절 더플코트는 소박한 매력이 있었다. 더플코트를 입은 학생들이 겨울에 삼삼오오 모여 포장마차에서 떡볶이와 어묵을 먹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마치 더플코트가 작은 것에도 웃음 지을 수 있는 그 시절 풋풋했던 학생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 그립다.
몇 년 후, 중고생들 사이에서 보온성이 높고 활동하기 편한 옷이 유행하게 됐다. 특히 7년 전쯤에는 ‘바람막이 점퍼’라고 불리는 ‘윈드자켓’이 중고생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그 시기에 중고등학교를 다닌 사람이라면 바람막이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것이다. 학생들 사이에서 아웃도어룩이 유행하면서 특정 브랜드의 패딩점퍼 또한 인기 있었다. 이렇게 계속된 브랜드 열풍에 요즘 학생들은 몇 십만 원을 호가하고 백의 단위도 훌쩍 넘어가기까지 하는 고가의 명품 브랜드 ‘캐나다구스 패딩’이나 ‘몽클레어 패딩’에 열광하게 됐다.
하지만 이런 고가의 아웃도어 브랜드 제품들을 너도 나도 입는 분위기가 학생들 사이에서 조성되다보니, 경제적 여유가 많지 않은 가계에 부담을 주는 문제가 많아졌다. 이런 세태를 반영해 비싼 패딩을 입는 학생들을 ‘등골 브레이커’라는 신조어로 일컫고 조롱하기도 했다. 또한 소위 일진이라고 불리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옷을 빼앗는 등의 사회적 문제가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했다. 요즘 학생들의 비싼 패딩 과시하기식 문화에 안타까우면서도, 한 번사면 유행을 크게 타지 않으면서도 오래 입을 수 있던 더플코트를 입을 수 있던 그때가 그립다.
한편, 요즘에는 <응답하라 1994>와 같이 옛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드라마가 유행하면서 길거리에 더플코트를 입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새삼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값비싼 패딩을 과시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버린 이때, 사진 속 추억으로 남은 더플코트를 옷장 속에서 꺼내어 풋풋했던 그 시절 감성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박정연 수습기자 3214191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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