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2005년 세계 5위의 자동차 대국 반열에 들어선 이후 지난해까지 11년 연속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이는 국내의 많은 자동차회사와 자동차 부품·전장회사의 피땀 어린 노력이 일궈낸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첨단기술의 집합체인 자동차, 그 속을 채우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자동차부품설계 엔지니어들. 그들이 없다면 자동차는 팥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현대기아자동차를 고객으로 자동차부품설계를 하고 있는 박용범(전자공·15졸) 동문을 만나봤다.
자동차부품설계 엔지니어는 제품이 생산되기 전, 기술적인 회의를 통해 3D 형상을 제작·시뮬레이션하고 도면을 뽑아 생산을 가능케 하는 직업이다. 박 동문은 “우리의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기업이다. 현대기아자동차를 고객으로 상대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회사와의 다른 점을 설명했다.
물리학과에서 전자공학과로 전과한 후 회로설계 강의를 듣고 설계에 흥미가 생긴 박 동문은 자동차 부품·전장 산업의 비전을 내다보고 취업 전 설계 프로그램을 독학했다. 부품설계 과정에는 카티아, 캐드, 유지 등의 3차원 컴퓨터 지원 설계 프로그램이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최근 전장회사에서 부품회사로 이직한 그는 전장과 부품의 차이에 대해 “자동차에서 전장이란 전기가 흐르는 장치를 말한다. 예를 들면 배터리, 센서, 스위치 등이다. 부품이란 엔진, 변속기, 브레이크, 핸들, 시트, 선바이저(운전자의 눈을 태양의 직사광선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햇빛 방지용 장치) 등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선바이저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출근시간은 8시 반, 퇴근시간은 5시 반으로 정해져 있지만 기한을 맞춰야 하는 작업이 많아 야근이 잦다. 박 동문은 근무환경에 대해 “연구실 분위기가 자유로운 편이라 직원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행동도 자유롭다. 직원 한 명당 한 차종을 담당하기 때문에 간섭과 지시도 적다. 대신 그 제품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부담도 크다”고 전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벤치마킹을 꼽았다. 그는 벤치마킹을 위해 정비소에서 폭스바겐, 소나타, 켐리 등의 자동차를 분해했다며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일일이 부품들을 확인하며 장·단점을 분석하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박 동문은 “기업과 기업 사이를 중계하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그 수고 끝에 내가 설계한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보면 뿌듯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며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경력을 쌓아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시장이 큰 만큼 자동차 산업은 더 발전된 기술과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며 관련 진로를 희망하는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자동차 트렌드의 변화를 눈여겨보고 설계 프로그램들을 익혀 자신만의 경쟁력을 높일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