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헬조선이 아니라 고조선에 살고 있었다

김태희 기자l승인2016.11.08l수정2016.11.08 20:22l1417호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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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조선’은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모습을 지옥에 비유한 신조어로 통용된다. 이제는 헬조선이라는 말보다 ‘고조선’이라는 말을 써야 할 듯하다. 제사장이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되는 고대시대의 모습 말이다.
 

2012년 12월 19일.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대한민국의 첫 여성대통령, 세계 최초 부녀 대통령 등 이 밖에도 18대 대통령에게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다. 이는 아마도 많은 국민이 기대했다는 사실의 방증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은 대통령이 국민적 열망을 실현해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가 뽑은 대통령은 없었다. 대통령은 허수아비에 불과했으며, 실질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정을 좌지우지한 인물은 ‘최순실’이라는 의문의 여인이다. 그녀는 지난 4년간 대한민국을 움직여왔으며, 대통령의 말 한마디까지 그녀의 손을 거쳤다.
 

최순실의 존재가 대중에게 알려진 이후의 상황은 급박하게 전개됐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현 대통령이 사태 수습을 위해 가장 먼저 꺼낸 카드는 ‘개헌’이었다. 반응은 싸늘했다. 상황을 무마하려는 게 분명해 보이는 얄팍한 수에 넘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각에서는 최순실이 계엄이라고 말한 것을 잘못 알아듣고 개헌이라고 했다는 조롱 섞인 비난도 터져 나왔다.
 

그다음 카드는 ‘대국민 사과’였다. 이 역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진정성 없는 녹화방송에 공감하는 국민은 없었다. 이어 거국내각 추진을 위한 총리 지명, 대국민 담화문 등 상황 수습을 위한 가지각색의 대책이 쏟아졌다. 그러나 어디에서도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 진정성 등을 찾을 수는 없었다. 대통령이 국민에게 보인 모습은 소통이 아닌 불통이었다.
 

국민은 크게 분노했다. 지난 4년간 속아왔다는 사실에 분노했고 국민의 혈세가 최순실이라는 개인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됐다는 사실에 분노했으며 상황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대통령의 대처에 분노했다.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역대 최하위인 5%라는 사실, 전국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시국선언과 촛불시위 등은 국민의 분노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대통령이 국민적 요구에 부응해 하야할 수도 있고 대통령직을 유지한 상태로 거국내각이 구성될 수도 있다. 최순실이 감옥에 갇힐 수도 있고 천지 신령의 힘을 빌려 상황을 극복할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앞으로 우리 앞에 놓인 길은 가시밭길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통령이라는 자리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사라졌다. 더는 국민이 주인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크게 퇴보했다.
 

이런 때일수록 국민 한명 한명의 목소리가 중요하다. 지금의 상황을 극복해야 한다. 더 나아가 휘청이고 있는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국이 어지러운 이 시점에서 추구해야 할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는 우리가 사는 사회, 고조선이 돼가고 있는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김태희 기자  32130573@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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