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인생살이가 녹아든 한 편의 연극은 우리를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다. 관객에게 감동을 전하기 위해 있는 힘껏 열연하는 배우들이 있기에 더욱 빛나는 연극 무대. 지난 18일, 후배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죽전캠퍼스를 찾은 데뷔 24년차 연극배우 정영신(국어국문·79졸) 동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연극배우는 대본을 분석해서 이미지로 전달하는 현실을 뛰어넘는 직업”이라며 운을 뗀 정 씨. 재능있는 사람만이 배우가 된다는 통념에 대해 그는 연기의 ‘기(技)’가 기술을 뜻하는 만큼 노력한다면 누구나 해낼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고 소개했다.
연극배우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묻자 그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을 만한 신념과 끈기를 강조했다. 배역이 정해진 다음에는 작가가 배우에게 요구하는 게 무엇인지, 관객한테 어떤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어 “국어국문학과에서 작품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법을 배운 것이 배우 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하며 전공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연극배우의 일과는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잠겨있는 성대를 풀어주는 발성·호흡 연습까지 마쳤다면 준비운동은 끝난 셈이다. 오후에는 배우들이 함께 모여 대본을 읽고, 발성과 동작을 수정하면서 무대의 완성도를 높여나간다. 정 씨는 “한 연극이 완성되기까지 최소 10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스스로 분석한 배역을 다른 배우들과 맞춰보는 과정도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보람찬 순간은 관객과의 교류가 이뤄졌을 때라고 답한 그. 지난해 연극 〈햄릿〉이 끝나고 난 뒤 한 관객이 찾아와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건넨 것은 배우로서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다. 아울러 “다양한 모습의 사람이 돼볼 수 있다는 것은 연극배우만이 누릴 수 있는 장점”이라며 “개성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배울 점이 많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극을 준비하는 기간엔 자유시간과 연습시간의 경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연극배우의 단점이다. 맡은 배역에 따라 춤과 노래까지 소화해야 할 때는 연습량이 2배로 늘어난다. 그는 “집에 가서도 부족한 부분을 연습하지 않으면 연습시간이 모자란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실이나 주방 등 집안 곳곳에 대본을 붙여놓고, 배역에 대한 고민을 한순간도 놓지 못한다”는 답변에선 남모를 고충이 느껴졌다.
한편 정 씨는 우리나라 연극배우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현재 200여개의 케이블 채널이 운영되고, 디지털 매체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만큼 매체 연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 씨는 “연극에 출연하는 것뿐 아니라 방송 작가나 스태프, TV 연기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는 열린 직업”이라며 “초·중·고등학생의 특별활동이나 어르신 대상의 치매 예방 프로그램 등 연극배우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연극배우를 꿈꾸는 우리 대학 학생들에게 “내 몸을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로 만들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은 기본이요, 하모니카나 기타 등 연기 도중 활용할 수 있는 악기까지 겸비한다면 무대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따스한 조언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