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협동조합이 있다?
대학교에 협동조합이 있다?
  • 남성현 기자
  • 승인 2017.05.16 18:59
  • 호수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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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반할 공동체의 가치, 대학협동조합 열전

혼자서는 결코 일궈낼 수 없는 목표를 향해 ‘함께’의 가치를 외치며 도약하는 두 대학협동조합이 있다. 대학 구성원들 모두의 행복을 꿈꾸는 대학생활협동조합연합회의 관계자와 대학생 모두의 알 권리를 추구하는 대학언론협동조합 정장석 이사장을 직접 만나 대학협동조합의 현주소와 공동체의 가치를 들어보기로 했다. <필자 주>

▲ 연탄나눔 행사에 참여한 대학생활협동조합원들

■ 우리의,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 복지 : 대학생활협동조합
“대학 생활에 이렇게 돈이 많이 들 줄은 꿈에도 몰랐어.” 갈수록 얇아지는 지갑을 볼 때마다 재학생 A 씨의 시름은 깊어만 간다. 첫 수업을 기대하며 학내 서점을 찾은 그는 6만 원을 상회하는 전공 서적 가격에 경악을 금치 못했고, 손쉽게 찾던 학생식당 메뉴의 가격조차 이젠 부담으로 다가온다. 장학금 혜택이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차곡차곡 쌓아둔 학자금 빚 때문에 좀처럼 체감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만약 A 씨와 같은 사람들이 직접 공동체를 만들면 어떨까. 전공 서적 가격을 일부 지원하고 장학금을 수여한다면? 공동체가 직접 학생식당을 운영함으로써 맘에 들지 않는 메뉴는 없애고, 매월 재학생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선정한다면? 현실과 동떨어져 보이는 이 이야기는 실현된 지 오래다.

# 학생, 교원, 직원 모두가 만들어가는 대학복지

대학생활협동조합은 학생, 교원, 직원들로 구성된 조합원들이 직접 하나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사업으로 생산된 이익을 조합원들에게 물품 가격 할인, 장학금, 편의시설 등 복지 서비스 형태로 환급하는 공동체라고 소개할 수 있다.

사업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본금이 필요하므로 각 조합원은 ‘출자금’이라는 회비를 낸다. 보통 자본금 3천만 원을 모으기 위해 1인당 10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 주머니 사정을 고려해 교직원들이 10~50만 원 정도, 학생들은 1만 원 정도의 회비를 낸다.


# 내 목소리가 현실이 된다고?
일반 기업의 경우 투자량에 비례한 지분 할당과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협동조합의 경우 얼마나 돈을 지불했느냐에 상관없이 한 사람당 한 표씩의 의결권만이 주어져 모든 조합원이 동등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조합원은 일상생활에서 느꼈던 불편함이나 아쉬웠던 경험을 토대로 ‘총회’에서 원하는 사업을 제의할 수 있다. 이후 많은 공감을 얻은 사업은 즉시 이행된다. 예를 들어 학내에 부족한 프린터로 불편을 겪었다면 프린터를 구입해 복사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또한 장학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판매 수익의 일부를 모아 장학금을 수여하는 복지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다.

한편, 사업을 통해 잉여금이 생기면 연말에 조합원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이른바 ‘배당’이 이루어진다. 조합원들의 수요에 따라 사업을 함께 만들어가며 이에 따른 이익은 조합원들에게 다시 환원되는 것. 바로 대학생활협동조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 학생식당 메뉴개발 요리 경연대회 현장

현재 국내 대학 중 35개 대학에서 대학생활협동조합이 운영 중이다. 학생 창업기업의 물품들을 조합에서 운영하는 매점에서 대신 판매해 주는 ‘인큐베이팅(창업보육)’부터, 요리경연대회를 열어 학생들이 원하는 메뉴를 선정한 후 1등 한 메뉴를 실제 식당에서 판매한 사례까지. 심지어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학생들을 위해 직접 학교 수련원을 지어 기부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대학생활협동조합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 대학생활협동조합에서 주최한 책 벼룩시장

# 대학생활협동조합, 캠퍼스 상업화의 돌파구가 되기를
대학가 내에 쇼핑센터, 편의점, 커피 전문점과 같은 대형 프렌차이즈가 본격적으로 입점하면서 국내 대학 캠퍼스의 상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현재 우리 대학 천안캠퍼스에 이어 지난해 9월 1일 죽전캠퍼스 내 매점 10곳이 CU로 전면 교체됐다. 또한 학생식당과 교직원 식당을 신세계 푸드에 위탁하는 등 외부업체가 입점한 상태이다.

캠퍼스 상업화의 문제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지식의 전당이라는 대학 본래의 취지를 고사한 이윤 창출 공간으로서의 목적성 상실과 해당 업체와 대학 당국의 배 채우기가 아니냐는 논란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가격과 품질 등 이용에 불편을 겪어 항의하더라도 외부 업체의 입장에서는 단순 고객에 불과하기에 고질적인 불만이 이어질 수 있다.

대학생활협동조합은 다르다. 학생, 교직원과 같은 대학 내 구성원이 CEO이자 고객이다. 조합원들의 목소리가 사업의 운영을 좌우하며, 지출된 금액 대부분이 복지 시스템과 환급으로 다시 돌아온다. 대학의 상업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모든 대학 구성원들의 복지를 추구하는 대학생활협동조합의 도입은 어쩌면 대학문화가 성장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일지도 모른다.

 

■ 독립된 언론, 자유를 추구하는 저널리즘 : 대학언론협동조합
“검열받는 우리 학교 뉴스 답답했나요?” “답답하면 직접 만드세요!” 대학언론협동조합 홈페이지의 메인을 장식하는 문구다. 대학생활협동조합이 대학 구성원들의 보다 나은 복지를 추구한다면, 대학언론협동조합은 대학생들의 알 권리 보장을 목표로 대학 독립 언론 ‘N대 알리’ 창간과 운영을 지원하는 공동체라고 소개할 수 있다.

▲ 독립 언론 ‘N대 알리’

앞서 소개한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대학언론협동조합의 출발은 대학 언론의 구조적 한계에서 온 회의감이었다고 한다. 정장석 이사장은 “보통 대학언론은 학내 언론기관으로서 학교 측의 재정적 지원을 받기에 대학 당국의 간섭을 무시하기 어려운 위치에 있다”며 “학교의 치부를 드러내거나 강력한 비판을 담은 보도를 기획할 경우 편집권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대학본부에 의한 편집권 침해로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한 학보사가 있을 정도로 그 사례는 적지 않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대학 언론의 완전 독립을 꿈꾸며 등장한 것이 바로 독립언론 ‘N대 알리’다. 


# ‘N대 알리’가 발행되기까지
‘N대 알리’는 각 학교에서 학교의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고 독립된 언론 활동을 하는 단체이다. ‘N대 알리’는 대학언론협동조합에 속해있지만, 종속 관계가 아닌 단순 지원을 받는 관계. 즉, 언론사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N대 알리’는 독립언론의 창간을 희망하는 5명만 있으면 신청이 가능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접수되면 대학언론협동조합 측에서 면접을 통해 평가 및 교육을 진행하고, 통과할 경우 ‘N대 알리’의 제작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잡지 컨설팅 및 발행비를 일정 기간 제공하며, 저작권은 대학언론협동조합 측에서 가져가되 기사유통을 맡아준다.

대학언론협동조합은 앞서 소개한 대학생활협동조합과 마찬가지로 ‘총회’라는 최고 의사 결정 기구를 통해 모두가 평등한 의결권을 가지고 중요 안건을 처리한다. 하나의 ‘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누구나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대학언론협동조합의 핵심이다.

▲ 대학언론협동조합 기자증

# 새롭게, 다채롭게, 개성 있게
독립 언론인만큼 대학언론협동조합조차 ‘N대 알리’ 제작 과정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한다. 기사를 편집할 때에도 기자가 쓴 글에 대해 정말 이상하지만 않으면 되도록 건드리지 않고 기자 개개인의 개성이 살아있는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보장해준다.

또한 ‘N대 알리’에서는 다른 알리의 기사를 가져와 자신의 알리에 게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대 알리’에서 ‘편의점의 아이스크림과 술로 칵테일 만들기’ 같은 독특한 문화기사를 썼을 때, ‘B대 알리’에서 “‘A대 알리’에서 쓴 기사입니다”라는 출처를 밝히고 그대로 게시할 수 있다. 일반 학보사의 경우 편집하다 기사가 펑크가 나면 수습이 불가한 상황이지만 ‘알리’의 경우 펑크를 때우는 동시에 타 ‘알리’를 홍보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하게 된다. 이는 각 대학의 ‘알리’가 하나의 협동조합으로 묶여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 파란만장했던 독립 언론으로서의 홀로서기
하지만 독립적으로 활동해야 하기에 맞서야 할 어려움도 배로 늘었다. 우선 독립 언론으로서 기자 개개인의 개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다 보니, 초기에 확립된 강령이나 운영회칙조차 부정하며 어려운 요구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경우 상담을 통해 권고하는 수준으로 대처하지만, 역시 강제는 할 수 없다. 독립 언론만이 가지는 일종의 딜레마인 것이다.

또한, 광고를 비롯한 수입원 확보에 어려움이 있어 지면이 중단되기도 했다. 인건비도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하므로 대학언론협동조합 차원에서 구성원들이 직접 타 관공서 기자단 활동이나 강연, 디자인 외주 등을 통해 수입을 벌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독립 언론이기에 가지는 취약점이 있다. 바로 ‘고소’다. 실제로 ‘N대 알리’ 중 한국외국어대학의 ‘외대 알리’가 성폭행 의혹에 연루된 교수에 관한 기자회견을 보도했다가 해당 교수에게 명예훼손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학보사의 경우 고소를 하기 위해서는 학교를 상대해야 하므로 어느 정도의 방화벽이 존재하지만, 대학교에서 완전 독립을 선언한 독립 언론은 혈혈단신으로 싸워야 하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 협동조합으로서의 독립 언론이 가지는 가치
그럼에도 협동조합을 고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협동조합은 의사결정이 되게 느리다. 다 알려주고 합의가 될 때 까지 기다려주어야 하므로 답답해서 속이 터질 때도 있다”라며 고충을 털어놓은 대학언론협동조합 정장석 이사장. 그는 “천천히 느리게 가더라도 옳은 길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위안하곤 한다”라며 웃어 보였다.

 

■ 협동조합, 그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며
‘혼밥’, ‘혼술’. 대학생들에게 익숙하게 들릴 이 단어들은 어렸을 때부터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현대사회의 아이러니한 면모를 보여준다. 갈수록 힘들어지는 취업과 좁아지는 등용문의 현실이 어쩌면 청년들을 ‘혼자’로 내몰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철저한 경쟁사회 속에서 자라온 대학생들에게 ‘협동조합’은 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대학 사회 내의 협동조합이 더욱 힘을 발휘할 때다.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 하지만 함께이기에 이룰 수 있고 누릴 수 있는 협동의 가치를 우리는 다시금 떠올려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모두의 권리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 두 대학협동조합처럼.

남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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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potter@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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