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 6월 26일, 젊은 우익 청년 안두희는 김구 선생이 머물던 경교장에 침입해 그를 총살했다. 사진작가인 칼 마이더스는 사고 직후 현장을 방문해 총알이 뚫고 나간 창문 밖 마당에서 국민들이 몰려와 애도를 표현하고 있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사진 제목은 ‘혼란 속의 한국, 호랑이를 잃다.’
사진의 존재는 이렇듯 우리에게 역사적 사건을 되새기게 하고 과거를 보여준다. 우리에게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아있는 이 사진이 실렸던 잡지가 바로, 포토저널리즘의 상징으로 불리는 ‘라이프’이다.
『라이프』는 1936년 주간지 ‘타임’과 경제지 ‘포춘’을 만든 헨리 루스가 창간한 잡지다. ‘인생을 보고, 세계를 보기 위하여(To see life, to see the world)’라는 야심찬 슬로건을 내건 라이프는 20세기 인류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1972년 폐간될 때까지 사진으로 담았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다음달 8일까지 열리는 <라이프 사진전>은 1만3천 원의 입장료를 내면 20세기 당시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프롤로그를 포함해 5가지의 주제로 구성되어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중심으로 130여 점의 작품이 공개됐다.
첫 번째 섹션은 ‘얼굴’이다. 이번 전시회 포스터 속 주인공인 데니스 스톡의 초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렌즈를 들고 있는 사진작가의 모습이 마치 사람의 눈을 떠올리게 해 사진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했을지를 미루어 짐작하게 한다.
이외에도 영국의 식민 통치에 비폭력 저항운동을 했던 간디,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마더 테레사, 전설적인 복서 무하마드 알리 등의 사진이 전시돼 정치, 문화, 스포츠 등 각 분야에서 역사를 써 내려간 얼굴들을 볼 수 있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20세기의 얼굴들, 이들을 보고 있자면 무엇이 인간의 역사를 지속 가능케 했는지를 되새겨준다.
두 번째 섹션은 ‘시대’이다. 이 섹션에서는 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등 짧고 굵직한 사건들의 일면을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된 흥남철수작전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10만여 명이 피난했던 이 사건과 이를 가능하게 했던 장진호 전투 사진까지 나란히 전시돼 관람객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라이프의 사진은 세계의 변화와 그 속에 있는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 준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삶과 역사의 목격자가 될 기회를 잡아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