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강력범죄자 신상 공개에 따른 득과 실 이시은 기자l승인2017.11.14l수정2017.11.27 14:36l1434호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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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뉴시스

● [View 1] 인권단체

피의자의 인권을 박탈해야만 피해자 인권이 보장되는 걸까? 지난 주 피해자 가족 빈소를 찾았다. 위로의 말을 건네기가 무섭게, 그들은 눈물을 보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니에요. 피의자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지만, 얼굴만 보여주면 뭐하나 싶죠.” 

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단순히 피의자 신상 공개가 아니란 뜻이다. 정부는 유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귀 기울여 듣고 이행해야 한다. `왜 흉악범의 인권만 생각하느냐.' 우리가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질문이 아닌, 질타에 가깝다. 흉악범의 인권을 운운한다며 매번 비난의 목소리에 시달렸다. 

그러나 우리가 옹호하는 것은 피의자 인권이다. 가해자가 아니다. 무죄 추정의 원칙은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권리,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이다. 피의자로 지명될 수 있는 대한민국 주권자 모두가 가지는 최소한의 장치인 셈이다.

범죄자로 확정되기까지 그들은 가해자가 아니다. 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것이다. 낙인 이론이란 것이 있다. 말 그대로, 명명된 대로 되는 것이다. 이미 범죄자로 낙인을 찍고 보면 그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따라서 비난 여론이 있더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다.

● [View 2] 피해자 부모
악마를 보았다. 어떻게 사람이 그토록 잔혹할 수 있단 말인가. 그놈 멱살을 잡고서 “네놈이 우리 딸을 죽였냐”고 한참을 되물었다. 눈 하나 깜짝 않는 그를 보며 치가 떨렸다. 남편을 부둥켜 안고 한참을 울었다.

딸의 빈소로 향했다. 빈소는 정적만 감돈다. 억장이 무너진다. 환하게 웃고 있는 딸의 영정 사진을 보면 미안한 마음에 ‘살아서 뭐 하겠냐’는 자조 섞인 생각만 하루 수십 번 되뇐다. 남편도 한숨만 푹푹 내쉰다. 

마음 같아선 너 죽고 나 죽자며 당장이라도 피의자를 쫓아가고 싶다. 평생 죗값을 치르며 살아도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뭘 잘했다고 얼굴을 가려주고, 변호사까지 선임하며 재판을 치러야 하는지.  

우리는 그를 보지 못하지만 그는 모두를 보고 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일어나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은 흉악범 사건으로 연일 화제다. 그들의 인권을 보장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시켜 사건의 재발을 막아야 한다.  
  ※실제 사례를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 [Report] 강력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
지난달 12일 대한민국을 뒤집어 놓았던 ‘어금니 아빠’ 이영학(35) 씨의 신상 정보가 공개됐다. 그는 지난 9월 여중생 딸의 친구를 살해한 뒤 강원도 영월의 모 야산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조사 과정에서 신상 정보를 공개하라는 누리꾼의 요구가 빗발쳤다. 이처럼 이영학의 신상 공개를 시작으로 살인, 유괴, 강간 등 흉악범 신상정보공개에 대한 논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강력범죄 피의자의 얼굴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언론에 공개됐다.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피의자 얼굴을 모자와 마스크로 가리며 신변을 보호하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 2009년 강호순 연쇄살인 사건을 통해 흉악범 신상 공개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증가했으며, 2010년 4월 신설된 특정강력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8조 2항 피의자 얼굴 공개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 성명, 나이 등이 다시금 언론에 공개되기 시작했다. 

흉악범이 등장할 때마다 피의자 신상 공개 문제가 뜨겁다. 여기에는 공공의 이익 보호와 2차 피해 예방,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측과 개인 정보 자기결정권, 모호한 흉악범 기준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거론된다. 또한 범죄로 인한 유족들의 고통 역시 고려돼야 할 요소임이 분명하다.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해결책을 내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여러 윤리적인 문제가 얽혀 있는 만큼, 관리당국의 현명한 대책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이시은 기자  easy77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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